관세청이 가전제품에 대해 사후선별평가를 실시하고 있어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4월 에어컨·쇼케이스·세탁기·진공청소기·전기오븐·음향기기·카세트·TV·카메라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사후선별 대상품목으로 지정하고 전국 세관에서 이를 조사토록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서울·인천·창원 등 전국 세관에서는 해당품목의 수입가격 소명자료를 해당업체들에 제출토록 요청하는 한편 수입가격이 실거래 가격과 일치하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선별평가란 수입자가 신고한 수입가격이 합당하지 않다고 의심이 가는 품목을 선별해 수입후에 세관에서 수입가격 조작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로 하자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가격을 재조정해 수입관세를 소급 추징할 수 있다.
관세청은 가전제품을 선별대상품목으로 지정한 것은 이들 제품이 대부분 해외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역수입되는 특수관계자간 거래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가격에는 하자가 없다』고 밝히고 『아직 우리에게는 소명자료 요청이 없었다』며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관련전문가들은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역수입하는 경우는 대부분 제조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 시판가격과 수입가격에 큰 차이가 나는 게 상례고 제조원가를 국내에서 산정해내기가 쉽지 않다』며 『세관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실거래가격을 산정할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세관이 단순히 수입가와 국내 시판가의 차이만으로 조사에 들어갈 경우 문제발생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사후선별평가는 수입의 신고제 전환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 통상업무고 대상품목 지정도 관세법의 규정에 따라 올해에만 690개 품목에 달하기 때문에 가전제품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나머지 품목은 농수산물 등 수입품목인 데 반해 가전제품은 해외공장으로부터 역수입하는 품목이어서 가전제품을 대상품목으로 지정한 것은 역수입품의 가격이전 여부를 집중조사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