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무리한 수주경쟁으로 연구 수행능력 저하

 지난 96년부터 정부 연구과제에 대해 적용돼 온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가 본격 수술대에 올랐다.

 정동영·정호선(이상 국민회의), 조영재(자민련), 조웅규(한나라) 등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일 열린 과기부 국정감사에서 하나같이 『정부가 PBS를 고집, 출연연 고유영역이 사라지고 개별연구원에게 부가된 목표연구비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원 한사람이 연간 3∼10건의 연구과제를 수주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연구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출연연이 인건비와 간접비를 연구과제와 별도로 지급받은 대학과 대기업연구소 등과 동일한 입장에서 수주경쟁을 벌이는 것이 공정한 경쟁이냐』고 따졌다. 의원들은 또 『연구과제를 수주하기 위한 경쟁률은 매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30% 정도의 인건비를 제외한 모든 인건비와 간접비를 연구과제에서 충당하고 있는 출연연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구비 계상으로 연구과제 수주에 불리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정욱 과기부 장관은 『PBS도입으로 연구원 중심의 경영체제가 마련돼 오히려 연구원의 인건비가 올라갔다』고 말하고 『그러나 연구원들의 제도개선 목소리가 높은 만큼 이달중 PBS개선을 위한 정책연구 용역사업에 착수, PBS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PBS는 과기부가 연구효율성을 위해 인건비에 연구비를 포함, 지원해 온 연구비 지원방식을 기본인건비외에 연구과제별로 경쟁을 거쳐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한 제도로지난 96년 과기처 장관이었던 정근모 장관이 우주·원자력·해양 등 기초연구나 공동연구, 거대기술분야 연구 등의 경우 출연연에 기관고유사업비를 지원해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되 민간이나 기업과 경쟁이 가능한 분야는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인건비(간접비)를 연구비에 포함시켜 지원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연구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도입했다.

 PBS에 대해 그동안 출연연 연구원들은 『안정적인 임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인건비를 몸으로 벌어야 하는 것은 택시운전사와 출연연 연구원뿐』이라며 정부가 연구원 사기를 꺾는 대표적인 제도로 불만을 토로해왔다.

 출연연은 특히 지난해 구조조정 이후 PBS 아래서는 안정적인 연구가 어렵다며 총 소요인건비 중 정부출연금을 통한 지원비율을 현재 30% 수준에서 60%로 PBS시행 이전으로 확대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