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 PC "멸종 위기"

 국내 PC 업체들이 인텔 호환 중앙처리장치(CPU)를 채택한 제품출시를 기피해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LGIBM 등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최근 인텔 호환 CPU를 채택한 PC가 소비자들에게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그동안 장점으로 내세우던 가격이 동급 인텔 CPU 가격하락으로 그 차이가 점차 줄어들자 호환 CPU를 채택한 신제품을 더 이상 출시하지 않거나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지난해 저가PC 시장 확대에 편승해 인텔 호환 CPU를 채택한 제품을 대거 내놓고 제품판매에 주력했으나 최근 소비자들이 이를 많이 찾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이 회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호환 CPU 제품을 인텔 셀러론 CPU 제품으로 대체해 저가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초에 사이릭스 CPU를 내장한 PC를 출시해 가정용과 특판시장에서 나름대로 강세를 보여오던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 역시 최근 이들 제품의 수요가 거의 없자 우선 가정용 제품공급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현재 일반 기업체 대상의 솔루션 영업을 할 때를 제외하고 사이릭스 CPU PC 판매를 제한하고 있으나 향후 이를 채택한 신제품 출시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LGIBM(대표 이덕주)은 지난해 데스크톱컴퓨터 2개 모델에 IBM CPU를 탑재해 국내 저가PC 시장을 겨냥, 제품공급에 주력했으나 올들어 IBM CPU를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다.

 LGIBM은 앞으로 IBM CPU를 탑재한 제품에 대해서 일시적인 기획행사용으로만 소량 출시할 작정이다.

 대우통신(대표 강병호)도 최근 인텔 호환CPU를 탑재한 제품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채산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제품만 특판용으로 일반기업체에 공급하고 더이상 신제품을 내놓지 않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PC 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PC업체들이 지난해 IMF 여파로 저가PC 시장 기반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호환 CPU를 탑재한 제품을 대거 내놓았으나 이들 제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지 않은데다 인텔이 CPU 가격을 대폭 인하함에 따라 그동안 인텔 호환CPU 채택 제품의 장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현재 해외 초저가 PC 수출물량 이외에 국내 수요 물량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