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인터넷업계가 인력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업체마다 전문인력을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지만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에 따라 인터넷 전문인력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조건아래 다소 낮은 임금을 묵인했으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스카우트 대상 인력들의 경우 스톡옵션은 옵션대로 받고 임금도 타 업체에 비해 높은 수준을 받고 있다. 「모셔가기」전쟁이 한창이다.
인력을 뺏기는 업체로서도 직원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더 이상 「애사심」에 호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에 대항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업체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전직직원에게 자사의 인력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기도 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다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인터넷 마케팅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태다. 인터넷사업은 마케팅이 생명인 만큼 마케팅인력을 구하는 업체들마다 대부분 경력직을 원하는 반면 신생 인터넷산업의 마케팅 경력자는 수요만큼 많지 않아 부족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업계의 인터넷 마케팅 경력자 수요는 500여명. 이같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일부 IT교육기관과 취업알선 기관에서 인력을 조달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기술인력을 마케팅 전담인력으로 전환배치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다.
마케팅인력을 구하고 있는 오픈와이즈 지대훈 사장은 『마케팅인력을 구하려고 수소문한 지 2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마땅한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며 『최근 두달여 동안 마케팅인력을 구해달라고 부탁 받은 것만 10여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력을 구하고자 하는 업체들마다 대부분 경력자를 원하고 있어 결국 기존업체의 경력자를 스카우트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밝히고 『적어도 인터넷분야에서의 IMF는 이미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J&J미디어 이진성 사장도 『최근 마케팅인력 보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며 『가깝게 지내는 인터넷업체 대부분이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드헌터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L씨는 『급여, 스톡옵션 등 현재보다 월등히 나은 조건을 제시해 구미가 당겼지만 현 직장의 비전을 믿고 거절했다』며 『인터넷업체들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같은 제의를 한번쯤은 받아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마케팅 인력난은 결국 동종업체간 「사람 빼오기」로 번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헤드헌터를 통해 경쟁업체의 마케팅 경력자들에게 호조건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물밑공세를 펼치고 있고 심지어 언론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기자들을 포섭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들어 인터넷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PC통신업체들은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직원들을 모셔가는 통에 무더기로 회사를 떠나는 사태를 맞고 있다. 최근 PC통신업체에서 인터넷전문기업으로 옮긴 H사장은 『인터넷 기술분야 고참 대리·과장급 핵심인력 가운데 70%정도가 회사를 떠났다』며 『퇴직할 때 다른 직원을 빼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꼭 해야 할 정도로 직원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PC통신업체들은 궁여지책으로 직원들의 사업계획서를 받아보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분 참여하면서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는 차선책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원이 직접 회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PC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개발인력을 중심으로 최근 2, 3개월 사이에 1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며 『대부분 비슷한 연봉에 스톡옵션까지 제시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띠앙 홍윤선 사장은 『올 초만 해도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대신 임금을 적게 줬지만 최근 대기업 수준으로 월급을 올렸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 인터넷업체들이 올해와 내년을 사업확대의 호기로 여기고 있고 이에 따른 전문인력의 수요도 늘려잡고 있어 당분간 인터넷 전문인력 부족현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