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64)

 아침인데도 배용정 선배는 하품을 참느라고 애쓰고 있었다. 어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아직도 술 냄새가 풍겼다. 술 냄새는 그의 입에서뿐만 아니라 옷에서도 났다.

 『영감을 얻으려면 가만히 있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끝없이 생각하면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 일러. 아까 영업을 맡은 노정기씨도 그런 말을 했지만, 한국의 공장들은 아직도 자동화가 되지 않은 재래식 공정이야. 기계 자체가 수동적이니 자동시스템이 필요할 리가 없지.』 배용정이 말했다.

 『내 생각인데, 공장 자동화 시스템은 일본이나 미국에 수출하는 사업으로 역점을 두고, 국내 수요는 좀 더 다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것이 더 현실성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자동화 붐이 불 것입니다. 지금 어렵다고 포기하면 선발주자가 되지 못합니다.』

 『당장 돈이 되지 않잖아.』

 『당장 배고파도 훗날을 위해 기다려야지요.』

 『하긴, 한밑천 잡았으니 그걸로 몇 년은 버티겠지.』

 배용정은 아무 사심없이 지껄였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야유하는 어투로 들리기도 했다.

 『공장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니까 일부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해요.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요.』

 오준호가 나의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세운상가 바이트숍 출신으로 자주 그곳에 들러서 컴퓨터계의 소식을 전했다. 그곳의 사람들이 그에게 뜬구름을 잡는다고 비아냥거린다는 말도 들렸다.

 『주위의 말에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일부 사람들은 낯선 일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지만, 결국에 가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낯선 것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것입니다. 영화사 워너 브러더스를 경영했던 헨리 워너 사장은 1927년에 유성 영화에 대해 말하기를, 변사가 지껄이는 말에 익숙한 관객 그 누가 배우가 직접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겠는가, 배우에게 말을 시키면 영화는 망친다고 했지요.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배우가 직접 지껄이는 녹음을 넣어 유성 영화를 만들면서 획기적인 영화 혁명을 했던 것입니다. 비틀스가 어느 레코드사와 협상을 하려고 할 때 그 레코드사에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