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성수기를 앞두고 에너지 관련 기관들이 잇따라 가스보일러의 품질평가 보고서를 내놓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이 평가 방법이나 시험 분석 정밀도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에너지관리공단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최근 국내 수요가 많은 가스보일러를 대상으로 품질평가를 실시, 결과를 발표하자 평가가 낮게 나타난 업체들이 일부 항목의 경우 제품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험이 이루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관리공단의 열효율 시험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린나이코리아의 경우 측정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공식적인 반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내용=에너지관리공단은 최근 서울 고덕동 시영아파트내 6가구에 설치된 보일러를 린나이·귀뚜라미보일러·경동보일러 등 3개 기종 가스보일러로 교체, 연통으로 빠져나가는 배기가스 온도를 재는 방식으로 에너지효율성을 측정했다. 이 결과 린나이 제품이 열손실 7.58%로 다소 높게 나타났고 귀뚜라미와 경동보일러는 각각 5.38%와 5.08%로 측정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지난달 30일 「99 가스용품 품질비교평가회」를 통해 경동보일러·귀뚜라미보일러·대성셀틱·대우전자·롯데기공·린나이코리아 등 7개 가스보일러 업체들의 제품을 임의로 수집해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품이 구조와 성능, 안전성, 환경성이 우수한 반면 대우전자 등 일부 제품은 「가스의 최소 공급압」에서 표시출력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의 반발=가스보일러 제조업체들은 이번 품질평가 보고서 가운데 에너지관리공단의 시험 결과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시험대상도 3개사 제품에 국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시험기간도 보일러당 30분에서 1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불과 1시간 남짓 측정한 결과를 놓고 오차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발표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특히 린나이코리아 측은 『우리 제품의 경우 초기 사용시 가스 소비가 많지만 일정한 온도에 다다르면 가스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비례제어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같은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똑같이 온도를 측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가스보일러 업체들은 가스안전공사의 품질평가에 대해서도 평가항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보일러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검사의 전문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일러마다 특성이 다른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항목에 대해서만 평가해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가스보일러 업체들은 또 에너지관리공단의 경우 에너지효율성에만, 가스안전공사의 경우 안전도와 내구성에만 중점을 둔 평가를 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종합평가를 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개선방안=소비자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품질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가 모두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평가를 하려면 평가항목을 보다 전문화하고 세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예로 안전성과 난방, 온수공급에 대한 효율성 평가를 비롯, 저수압과 고수압 등으로 다양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일러별로 특장점을 고려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기관별로 개별 평가를 하기보다 관련 기관과 소비자단체가 함께 참여해 정기적으로 제품에 대해 종합적으로 시험을 실시해 이를 발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