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4)

ION스톰 존 로메로

 게임업계에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대표할 만한 젊은 CEO와 게임 디자이너들이 유난히 많다. 슈퍼마리오로 일본 게이머들의 영웅이 된 시게루 미야모토, 동굴 속에 괴물이 등장하는 「던전 앤 드래곤」 게임의 원형을 개발한 리처드 가리오트, 전략게임의 명가 웨스트우드를 이끄는 브렛 스페리 등 여러명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업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는 누굴까.

 게이머들이 투표를 한다면 아마도 존 로메로(31) ION스톰 회장이 유력한 우승후보감이다. 그는 두 가지 면에서 유명하다. 3D 액션 게임 디자인의 천재라는 것과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이다. 록 스타를 연상케 하는 그의 긴 머리는 예술가들의 타고난 자유분방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로메로의 별명은 컬트 히어로. 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미끈한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하는 그의 사진을 자동차잡지 표지에서 본다면 얼마나 어울리는 닉네임인지 알 수 있다. 그는 91년형 노란색 페라리 테스타로사를 개조해 터보엔진을 달았고 97년형 노란색 허머와 BMW도 가지고 있다. 한때 레이서가 될까 생각했을 만큼 스피드광이다.

 로메로는 10대를 캘리포니아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보냈다. 그는 「Pac Man」과 같은 비디오 게임에 중독된 아이였고 틈만 나면 애플2로 자신만의 게임을 개발하곤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영국 앨콘버리에 살면서 아버지를 도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래픽을 디자인했다. 그리고 취미삼아 게임 시나리오를 써서 잡지사에 팔았다.

 그의 첫번째 직장은 오리진시스템스였다. 다음에는 루이지애나의 소프트디스크 퍼블리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거기서 개발자 존 카맥과 애드리안 카맥, 톰 홀을 만났고 91년 「Commander Keen」 같은 히트작 게임 시리즈들을 개발하면서 의기투합해 id소프트웨어를 설립한다.

 로메로는 「Wolfenstein 3D」와 「둠(Doom)」 「둠2」 「퀘이크」로 잇따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부와 명예를 손에 쥐게 된다. 93년 12월 둠이 공개되자 게임이 업로드되었던 위스콘신대학의 Ftp서버는 너무나 많은 사용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밤새 두번이나 다운되는 사태를 빚는다. 94년 10월 10일은 둠2가 최초로 선을 보였고 이날은 게이머들에게 「둠스데이」(DOO

MSDAY : 원래는 파멸의 날이라는 뜻)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96년 8월 그는 id소프트웨어를 나온다. 게임 엔진 개발자 존 카맥과의 불화 때문이다. 그리고 설립한 회사가 ION스톰이다. 로메로는 ION스톰의 슬로건을 「디자인이 법이다(Design is law)」라고 내걸었다.

 이제 게임 테크놀로지의 시대는 가고 게임 디자인의 시대가 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ION의 목표가 게임을 영화나 TV, 음악처럼 매스 미디어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밀레니엄에는 사람들을 꿈꾸게 만드는 콘텐츠가 바로 게임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게임이라는 꿈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필요한 재료는 상상력이다. 그는 최고의 게임 디자이너답게 끊임없이 새로운 환상과 꿈의 조각들을 만들어낸다.

 댈러스라고 말하면 기성세대들은 목동이 흥청거리는 클럽에서 무게를 잡고 칵테일을 마시는 J.R. Ewing(TV 서부영화 시리즈의 스타)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10대 게이머들은 이제 로메로를 연상한다. 로메로의 게임은 때로 J.R.가 살았던 서부 시대의 폭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뒤틀리고 가슴이 철렁하다. 댈러스 마천루 54층 유리방에서 로메로는 마법의 주술처럼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폭력의 미학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