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NGO감시와 "공존의 논리"

 시민단체들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민간단체는 기업의 경영활동까지 감시하고 있다. 투명한 기업경영을 정착시키는 데 민간단체의 활동이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은 기업이 소액주주를 의식하면서 경영활동을 하도록 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민간단체의 활동이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키는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 5일 유통세탁을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가전사들을 국세청에 고발했다는 경실련의 발표는 가전업계를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경실련은 지난 97년 특소세 매출과 한국전자진흥회의 매출 차이를 지적하면 각종 유통상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경실련의 발표문구만 보면 국내 가전업계는 마치 부도덕한 경영을 해온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더구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정부의 재벌개혁으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전업계로서는 경실련의 주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회사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경실련의 주장에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분석, 해명자료를 만들어 진화에 나서느라고 온종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가전업체들이 내린 결론은 경실련이 자료해석의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경실련의 발표에 따른 판단은 국세청으로 넘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경실련이 기업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발표를 하기에 앞서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선도기업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국내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어서 자칫 잘못하면 대외적인 신용도를 떨어뜨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단체들의 적극적인 감시활동도 좋지만 무엇보다 국가와 기업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는 공존의 논리가 필요한 때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