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컨소시엄 발족" 무얼 뜻하나

 하나로통신과 온세통신을 축으로 한 이번 그랜드 컨소시엄 발족은 IMT2000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그동안 물밑에서 논의되던 통신시장 구조조정이 수면위로 부상하는 동시에 숨어 있던 갖가지 잠재적 변수들이 현실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은 현대 그룹과 유선계 사업자들의 이동전화시장 진입을 주목해야 하며 경영위기에 처한 무선호출사업자와 TRS사업자들이 한국통신·SK텔레콤·LG 등 통신 빅3를 제쳐 두고 이들과 손을 잡은 배경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이 최대주주인 온세통신이 이번 그랜드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또 다른 주역인 하나로통신에도 현대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IMT2000사업권의 최대 변수인 삼성과 현대 양대 그룹 가운데 현대가 먼저 깃발을 든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는 그룹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때도 통신사업은 거의 칼을 대지 않았고 대북사업에서도 통신서비스 분야를 핵심에 두는 등 통신서비스 진출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이 때문에 현대는 당분간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온세통신을 매개로 컨소시엄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고 IMT2000사업자 수와 선정방법이 확정되는 순간 표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세통신과 하나로통신의 LG에 대한 견제의식도 읽을 수 있다. IMT2000사업권을 겨냥, 하나로통신은 이미 데이콤·신세기통신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상태였지만 이번 컨소시엄 구성은 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청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하나로통신이 기존 대주주인 데이콤을 LG로 인식하고 있으며 하나로에 대한 LG의 경영권 장악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LG의 우산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독자 행보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무선호출과 TRS사업자들이 가세한 것은 이번 컨소시엄의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통신 빅3는 물론 정보통신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내심 IMT2000을 통해 3∼4개의 종합통신사업자로 국내 통신시장이 재편되기를 바라는 빅3와 정통부는 무선호출과 TRS사업자들의 생존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중소기업 육성을 외치면서 여론몰이에 나설 경우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존 빅3는 강적을 만난 셈이다. 이와는 달리 신세기통신이나 한솔PCS는 유보적이다. 아직 판이 어떻게 짜여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 빅3와의 제휴에 나설지 아니면 단독으로 뛰어들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