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전자전이 7일 관련업계 대표들과 정부 관계자, 관람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화려한 막을 올렸다.
「정보통신기술 혁명으로 풍요로운 21세기를」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외국 전자업체 127개사를 포함, 세계 14개국에서 총 400여개 업체가 참가, 미래 디지털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열띤 경연을 벌이게 된다.
외국 바이어 발굴과 국내 전자산업의 위상을 대내외에 홍보하기 위해 지난 69년 처음 시작한 한국전자전은 불모지와 같던 우리나라 전시회를 세계적인 규모로 발전시키면서 국내 최대규모의 전시회로 성장, 전자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의 밑거름이 돼왔다.
30년 전만 해도 극히 미미했던 우리 전자산업은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총수출의 경우 85년 15.8%에서 지난해 29.2%로 높아졌고 총연구개발 비중도 85년 38.8%에서 지난해 37.9%로 높아지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또 총특허출원 비중은 85년 33.7%에서 지난해에는 55.1%로 전체 특허출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D램 반도체와 TFT LCD, CDMA 이동전화, 음극선관 등은 이미 세계 제1의 생산량을 기록하는 등 일부 제품의 경우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새 밀레니엄을 눈앞에 두고 개최하는 전시회라는 점에서 더욱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천년을 선점하려는 국내·외 전자업체들의 야심찬 기술과 제품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시제품들을 보면 단연 첨단 디지털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21세기의 전자산업의 큰 줄기는 디지털로 모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전자 3사는 물론이고 일본의 소니·샤프·JVC 등 주요 전자업체들이 대규모 부스를 마련해 디지털TV와 디지털녹화기 등 첨단 기술경쟁을 벌이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다.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전자업체들도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자전은 우리 디지털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중요한 시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년 전만 해도 전자산업 관련 전시회는 한국전자전이 유일한 것이어서 전자와 관련한 모든 기술과 제품이 한국전자전을 통해 일반에 소개됐지만 전자산업이 세분화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소프트웨어와 계측기, 정보통신기기 등 각 분야별 전시회가 연중 계속되고 있다.
이때문에 한국전자전의 역할도 과거와는 달리 특성을 살리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 사실이다.
전문분야 전시회들이 속속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전자전이 계속 맏형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전자전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내용을 보강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