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법원이 「인터넷 주소(도메인 네임)는 먼저 선점하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선접수 선처리 원칙을 파기하는 판결을 내려 관련 당사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진행중인 협상에도 큰 변화가 초래되는 등 파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법원은 프랑스의 샤넬사가 「chanel.co.kr」라는 인터넷 주소를 선점해 사용하고 있는 김모씨(32)를 상대로 낸 상표권 등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김씨는 샤넬 상호를 인터넷 도메인 네임이나 홈페이지에 사용할 수 없다』고 지난 8일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접수 선처리 원칙」이라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방침 또는 지침은 일반 법률질서를 위반한 경우에까지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전제, 『김씨가 사용하고 있는 도메인 네임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샤넬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으로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상 타인의 상표가 갖고 있는 명성에 편승해 부정이익을 얻는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인터넷 주소와 관련해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이의신청을 제기해놓고 있는 코스트코 홀세일코리아는 「costco.co.kr」라는 도메인을 선점한 미래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또 이의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세계적인 케이블 음악방송사인 MTV도 「mtv.co.kr」라는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는 나우정보기술을 상대로 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nextel.net」이라는 도메인을 놓고 미국 유명 통신업체인 넥스텔커뮤니케이션스사와 협상을 진행중인 국내 중견 인터넷접속 서비스제공업체(ISP)인 넥스텔사는 이번 판결이 협상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소송을 준비중인 코스트코 홀세일코리아는 『법적 대응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 일정을 밝힐 수 없지만 「봉이 김선달」식으로 외국 유명상표를 선점해 사이버 재산화하는 것은 법적 절차를 떠나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ostco.co.kr」 도메인을 등록하고 대형 사이버 쇼핑센터 개설을 추진중인 미래인터내셔널의 자회사 미래커뮤니케이션 홍문철 사장은 『미국에서는 선접수 선처리 원칙에 따라 국내 유명 기업들의 「*.com」이라는 도메인이 외국인들 손에 다 넘어가고 있는데 유독 국내에서만 「*.co.kr」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선접수 선처리 원칙에 따른 기득권은 어떤 경우에도 보장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도메인 주소 등록 및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는 이번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판결의 근거가 되는 유명 브랜드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선접수 선처리 원칙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다만 이 원칙을 수용하지 못하는 당사자들은 이의신청이나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