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의 이사에서 코스닥 등록을 앞둔 벤처기업 사장으로.」
최병진 현대멀티캡 사장(48)은 IMF사태 이후 남다른 경험을 했다. 분사, 정보통신부의 인터넷PC업체로 선정,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총력전을 폈던 기업투자자홍보(IR) 등. 이 과정은 그에게는 힘들었지만 벤처기업가로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난 98년 4월, 현대멀티캡으로 분사하기까지 모기업이었던 현대전자에서 그가 맡은 직책은 멀티미디어 경영기획이사. 그러나 이 직책과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미련없이 떼어버리고 한낱 중소업체에 불과한 현대멀티캡 사장으로 변신했다.
2년의 IMF기간과 전반적인 PC시장의 부진속에서 대기업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그가 홀로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벤처기업에는 위기가 바로 기회. 이제 그는 PC서버, 노트북 분야에서 어떤 기업들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전문업체로 우뚝 섰다. 이 과정에서 분사 후 가벼워진 조직과 강한 정신력으로 재무장한 직원들은 무엇보다도 크나큰 힘이 됐다.
현대멀티캡이 인터넷PC업체로 선정된 것은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다. 그는 『인터넷PC는 현대멀티캡이 PC업계의 선도업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 보였다. 멀티캡의 인터넷PC사업 전략은 중소PC업체의 서비스에 관한 일반인들의 불안감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350여개의 서비스 지정점도 갖췄다.
최근 코스닥등록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최 사장은 단지 『증권업협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올해 예상매출액에서 인터넷PC 부문을 제외시켜 발생하게 된 서류상의 하자 때문』이었다고.
현재 한 외국계 컴퓨터 업체와 프린터 총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최 사장은 앞으로 현대멀티캡을 컴퓨팅토털솔루션 회사로 발돋움시키는 게 목표다. 대만지진여파 이전에 PC 수요를 예상하고 관련부품을 확보해 놓았다는 그는 『D램 가격이 조금만 하락했어도 지금보다 더 높은 매출액을 올릴 수 있었는데』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