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네트워크 포럼 99> 첨단 "디지털 인프라" 총출동

30년전 미국 UCLA대학 한쪽 구석에서는 2대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2대의 컴퓨터 사이를 450㎝짜리 케이블로 연결해 자료 파일을 교환하는 이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컴퓨터간에 디스켓없이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이론이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전세계를 디지털 경제권으로 묶고 있는 인터넷은 이렇듯 한 연구광의 호기심 어린 실험에서 출발했다. 이는 또한 네트워크 장비라는 새로운 정보기기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인터넷의 성공은 인프라인 네트워크 기술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비용이 많이들고 기술 난이도가 높아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인터넷을 현재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네트워크 기술 발전 덕분. 특히 올초 정부 차원에서 향후 4년간 민자 17조3000억원을 포함, 모두 28조원을 투입해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 건설의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는 「사이버코리아 21」계획을 마련한 데 힘입어 한국은 인터넷 인구 520만명(8명당 1인), 도메인수 12만4000여개(세계 5위 수준), 월 사이버 주식거래량 75조112억원(지난 7월 기준)에 이르는 인터넷 대국으로 부상했다.

 네트워크는 도로와 같이 고정적인 인프라가 아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올해 들어 국내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크게 변화된 모습을 꼽으라면 가입자망의 고도화 부분이다. 지난해만 해도 일반 사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최대 56k의 속도를 지원하는 PC모뎀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 그러나 올해에는 PC모뎀 이외에도 케이블모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종합정보통신망(ISDN) 단말기 등 고속 가입자 장비의 등장으로 접속 속도를 크게 높이면서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속속 도입됐다. 특히 케이블모뎀과 ADSL은 기존 모뎀보다 최대 100배까지 고속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사용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지난 8월말 현재 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모두 37만5000명. 이중 ADSL 가입자 수는 5만6000명에 불과한 반면 ISDN은 18만8000명, 유선방송망을 이용하는 케이블 모뎀 서비스는 12만3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ADSL은 가입자가 지난 5월 2만5000명에서 8월 5만6000명으로 3개월 만에 100% 이상 급증했다. 2002년 국내 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23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중 50% 이상이 ADSL을 이용할 것으로 분석, ADSL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이들 분야는 다른 네트워크 제품과는 달리 국산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아 선전이 예상되는 분야다. 삼성전자·현대전자가 가입자 장비인 ADSL모뎀부터 서비스 사업자 장비인 DSLAM까지 개발을 완료했으며 인터링크·텔레드림·신광전기통신·ACN테크 등 벤처업체들이 가입자 장비를 개발했거나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 국내 네트워크 인프라와 관련,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에 다양한 기능을 수용하는 네트워크의 지능화도 눈에 띄는 추세. 음성 통신망을 데이터망으로 이용하고 데이터통신에 음성을 싣는(VoIP)기술이 선보였는가 하면 인터넷과 같은 공중망을 사설망처럼 이용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서비스도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VPN서비스는 시외전화나 국제전화를 시내전화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셈이어서 무엇보다도 회선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업체들에는 매우 매력적인 서비스다.

 그동안 가상사설망 서비스는 아이네트, 데이콤 보라넷, 삼성SDS, 한국통신 코넷 등 ISP업체들이 일부 기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실시해왔으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보안문제가 최근 크게 개선됨에 따라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에도 시장이 본격 개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부 해외 보험사, 은행 등 전국 각지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일부 업체가 회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내에 VPN장비를 설치, 운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회사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VPN장비를 설치하고 시험 운영중이어서 이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급속도로 파급될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올해 2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VPN서비스 시장이 내년부터 연 100% 이상 고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관련 장비시장도 연간 1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인포네틱스는 지난 97년 전세계적으로 2억달러에 그쳤던 VPN장비 시장은 올해 22억달러 시장으로 확대되고 오는 2001년에는 96억달러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VPN장비 시장은 해외 업체들의 독무대. 스리콤·시스코시스템스·루슨트테크놀로지스·노텔네트웍스 등 메이저 업체들이 이 시장을 둘러싸고 각축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TM망에서의 인터넷 수용을 둘러싸고 MPOA(Multi Protocol Over ATM)진영과 MPLS(Multi Protocol Label Switching)진영간의 논쟁은 최근 들어 MPLS쪽으로 기울어지는 형국이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MPOA시스템에서 속속 MPLS시스템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초고속 통신망에 2002년부터 MPLS기술을 도입키로 결론을 내렸다.

또 ATM망 뿐만 아니라 프레임릴레이, 이더넷 등의 다양한 기술을 포용하는 것이 장점. ATM기술을 토대로 멀티 프로토콜을 수용하자는 MPOA는 랜용 백본 장비로 국내에 활발히 도입되고 있으나 다양한 외부환경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MPLS분야도 역시 선진업체들의 기술 경연장이다. 시스코시스템스, 노텔네트웍스 등이 선두업체로 나서고 있으며 다른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서둘러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벤처업체인 미디어링크가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MPLS시스템을 개발, 주목을 받았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대중화, 지능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열린 토론장인 네트워크 포럼 99가 12, 13일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본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최하고 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네트워크 포럼은 이번이 6번째. 네트워크 포럼은 향후 네트워크 산업방향과 기술 추이를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국내 유일의 네트워크 기술 전문 세미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한국이 아시아권에서는 네트워크 메카로 부상하고 있어 참여업체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네트워크 포럼은 최근 네트워크 산업의 이슈인 네트워크 대중화·지능화에 맞춰 △DSL/ISDN △VPN △스위치(MPLS·MPOA) △광동축혼합(HFC)망 등 4개 분야로 구성된다.

 각 분야마다 학계 전문가의 초청강의와 참가업체들의 새로운 솔루션 및 신제품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네트워크는 하루가 다르게 기술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분야다. 이번 네트워크 포럼은 이처럼 가파른 기술변화 추이 속에서도 큰 줄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