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이 눈앞에 다가왔다. 새로운 천년은 과학기술이 경제·사회문화 전반을 변혁시켜 정보사회, 지식기반사회로 이끌어 나갈 것이 분명하다. 2000년을 맞는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연구단지를 비롯, 대학과 기업연구소 등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현실화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이들 연구팀의 의지는 남다르다. 과학기술 개발현장에서 준비중인 미래를 이끌어나갈 50개 과제를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엄선, 이를 소개한다.
<편집자>
ETRI 원천기술연구본부 "생체정보처리팀"
밀레니엄에 대비한 연구소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천기술연구본부 생체정보처리팀(팀장 박선희 박사). 물리학, 생물공학 등을 전공한 박사 5명으로 구성된 이 연구팀은 전자·통신을 연구하는 ETRI의 주연구 분야와는 다소 동떨어진 인간의 느낌이나 기분을 연구해 이를 실현하는 게 주임무다.
인간을 닮은 컴퓨터를 만들고 인간을 이해할 줄 아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이들의 목표다.
이들이 추구하는 밀레니엄 과제들은 인간의 심리상태, 뇌파, 호르몬 분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지능형 자동영상처리기술, 광생체 신호검출 및 처리기술, 지능형 자동생체신호 처리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의 목표대로라면 오는 2005년경에는 사이버섹스는 물론 주인의 기분에 따라 분위기를 맞춰주는 컴퓨터도 등장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현재 인간의 정보처리기능 원리를 규명해 인간을 닮은 새로운 인식시스템을 구현하고 또 인간에게 더욱 지능적이고 실감나는 컴퓨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인간의 모든 정보를 감지하는 기술을 연구중이다.
이같은 기술은 그야말로 사람을 위한 정보화, 복지정보화를 이루는 데 필수요소로, 새로운 천년은 「휴먼 정보화의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인간을 닮은 인식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94년부터 뇌정보처리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최근에는 기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생체정보처리 응용기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팀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진료에 활용될 첨단의료 영상처리기술 개발.
전문의의 컨디션에 따라 진단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이 기술은 진단내용을 정량화, 컴퓨터가 종합적인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결과를 내는 미래형 의료정보시스템이다.
여기에는 컴퓨터는 물론 3차원 의료영상기술과 각종 첨단센서, 인간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신기술들이 동원된다.
이런 기술을 토대로 이뤄진 미래 병원에서는 정보화, 지능화, 인간화를 기본으로 하는 의료체계가 세워지며 이를 통해 의사의 오진율을 낮추고 질병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진다. 이는 현재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가의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중인 첨단분야다.
연구팀은 올들어 그간의 중간연구성과로 X선을 이용한 골밀도 측정기술을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미 상품화가 이뤄지고 있는 이 기술은 조만간 폐암 조기진단을 위한 흉부 X선 영상처리 기술로 발전되며 향후 가상수술 시뮬레이션, 원격진료시스템, 인터넷을 통한 의료서비스분야에 활용될 의료 정보화의 기반기술이기도 하다.
생체정보 처리기술은 매우 복잡한 고난도 신호분석을 통해 얻어진다. 그 이유는 생체신호는 보통의 신호발생기와 달리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메커니즘에 의해 신호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생체에 빛이나 초음파를 가했을 때 이들과 상호작용해 발생하는 신호를 얻는 감지시스템 및 신호처리 기술도 연구중이다.
이러한 연구가 성과를 거두는 2005년경이면 자동진단시스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광통신, 생체정보 처리기술이 발달하면 인간의 질병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하고 정확한 감지방법이 개발되면 그 응용범위는 가상현실, 원격서비스시스템, 의료 등에 전반적으로 파급될 전망이다.
박선희 연구팀장(41)은 『현재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광통신기술을 생체정보 감지에 응용할 경우 질병진단이나 인체의 감성, 생리상태를 감지하는 광센서 및 이미징 시스템 개발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 추진중인 컴퓨터 도움진단을 위한 의료영상처리에 관한 연구가 진행될 경우 원격진료서비스로 확대되며 통신망이 있는 모든 지역에서 원격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