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초고속정보통신 건물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엠블렘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통신기본설비와 관련된 국내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외국 장비업체들에 의한 국내시장 잠식이 우려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화엔지니어링·금광통신·대은전자 등 구내통신 접촉 기자재 생산업체들은 초고속정보통신 아파트를 대상으로한 주거용 세대단자함 및 단자대를 개발했으나 건설사의 채택 기피로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외산 제품들이 각국의 표준 규격에 맞도록 제조돼 높은 신뢰성을 갖추고 있는 반면 국내업체들은 통신기본설비에 대한 성능 및 안정성을 규정한 표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이로 인해 연간 해외로 유출되는 외화는 50만호 이상의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1000만∼1500만달러(약 1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보통신 설비공사 단체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국산제품의 수요촉진을 위해 올초 미국표준인 「EIA/TIA 570」과 국제표준인 「ISO/IEC 11801」을 바탕으로 기술표준을 마련했으나 아직껏 국가적 인증을 받지 못해 건설사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더욱이 건설업체들은 마진율이 높다는 이유로 국산품에 비해 3배나 비싼 미국의 모드텝·AT&T, 스위스의 R&M, 캐나다의 노텔사 제품 등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표준화 미비로 국산장비 외면 현상이 심해지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최근 정보통신부 산하 전파연구소에 표준화 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긍정적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전파연구소측은 『새로운 표준규격 제정은 오히려 국내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업체들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들은 한국통신 가입자망연구소에 국내외 제품간 성능비교 시험을 의뢰해 대등한 성적이 나올 경우 이를 영업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아예 미국의 상품안전도 검사기관인 UL의 인증마크를 획득한 후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까지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에 대한 표준화 제정이 이뤄지지 않아 우리 시장에서 국산제품이 차별받는 역차별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해외시장이 아닌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외화를 낭비해가며 외국인증을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