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모리업계에 반사이익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대만 지진사태가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및 동박업계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대만 지진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를 다녀온 국내 PCB 및 동박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대만의 기간산업 중에 하나인 메모리산업만이 조업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PCB 및 관련 소재산업 기반도 크게 흔들린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말 PC 성수기를 앞두고 매매주문이 밀려들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 국내 PCB 및 동박업계는 대만 지진여파까지 겹쳐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만을 현지 답사한 일진소재산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난터우 인근에 대만 주요 동박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관계로 TCF·CFT·CCP 등 주요 동박업체들의 생산라인이 크게 뒤흔들린 것으로 점처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동박의 경우 주 생산라인의 수평세팅 여부가 품질과 직결되고 있는데 이번 지진은 이들 업체의 생산라인 기반을 뒤흔들어 놓아 당분간 생산설비를 재구축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조업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것.
TCF·CFT 등 2개 동박업체의 경우 앞으로 2개월 정도 걸려야 정상 조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이들 업체의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된 일본 엔지니어들의 종합적인 판단이라고 일진소재산업 관계자는 설명했다.
연산 800만톤의 생산능력을 지닌 대만 최대 동박업체인 TCF와 연산 400만톤의 생산능력을 지니고 있는 CFT가 정상 조업에 차질을 빚음에 따라 대만내 동박 파동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또 PCB의 핵심소재인 동박 수급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자 대만 PCB업계에도 바이어 이탈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현지를 다녀온 국내 PCB업체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대만은 세계 최대 PC 주기판용 PCB 공급국가며 모니터 및 컴퓨터 주변기기용 PCB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최근 이들 대만 PCB업체와 거래해온 미국 등 주요 바이어들이 PCB 수급선을 한국·중국 등으로 이전하거나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대만 이외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아직까지 PCB 제작기술이 낙후, 외국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기업체들이 중국을 PCB 구매선으로 선택하기보다는 대만보다 한수 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이 대만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국내 PCB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컴퓨터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연말연시 시즌을 앞두고 있는 미국 주요 컴퓨터업체들은 예기치 못한 대만 지진사태로 PCB 수급에 차질을 빚자 기술력이 검증되고 안정적인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PCB업체를 대만의 대안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왜냐하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컴퓨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여기에 들어가는 PCB를 소싱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여유를 갖고 구매선을 변경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해석이 국내 PCB산업 위주의 낙관적 분석일 수 있으나 대만 지진이 미친 여파는 국내 PCB 및 동박업계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