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도래와 함께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지식이 조직의 부와 경쟁력 창출의 핵심원천이 되는 시대가 시작됐다. 산업사회에서는 자본과 노동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이 그 위치를 대신하고 있다. 지식의 적절한 활용이 기업과 국가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고지식경영자(CKO:Chief Knowledge Officer)」의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다소 생소한 용어이긴 하지만 CKO는 조직내 지식경영과 지식관리를 총지휘하는 고급임원을 말한다. 기존의 최고정보기술담당임원(CIO)보다 더 전문적이면서 고급의 위치라고 보면 된다. 유수의 선진기업일수록 CKO역할이 확대되고 막중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IMF사태가 정부기관 또는 기업조직간 지식공유와 활용에 실패한 결과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이니 국내에서 CKO시스템의 확대도입 주장은 그만큼 힘을 얻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제2차 정부 조직개편 보고서에 부처별로 CKO를 두고 지적자원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부처별 업무연계와 정보공유를 주도하자는 안이 제시된 바 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지적자산과 정보관리를 중시하는 지식경영 열풍이 일면서 CKO를 두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기관이나 기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CKO는 어떤 유형이어야 할까.
CKO의 역할은 조직 내부 또는 구성원들이 보유한 전문지식을 발굴, 효과적인 활용을 유도하는 등 최고경영책임자의 그것에 버금간다. 또한 지식경영을 위한 지식공유시스템 기반 구축, 사내 지식활용을 위한 지식문화 조성, 지식경영 프로세스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 지휘한다. CKO는 또한 조직내 지식전파의 책임을 지고 전략적 마인드 차원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어떤 종류의 지식이 조직의 경쟁우위 강화에 필요한가에 대해 결정하는 등 지식경영을 실천해 나가는 경영자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강구영 수석연구위원은 『역동적인 지식을 창조하고 축적해서 활용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CKO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CKO의 임무와 역할이 추진되지 못한다면 조직의 지식은 증발하고 조직역량은 약화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CKO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기관과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 게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CKO가 지휘하는 전담팀 정도의 조직을 둔 곳도 극소수다. 명함에 CKO라는 직함을 표시한 인물 역시 국내에서는 기관과 기업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기업이나 정부가 정보화업무담당을 위해 도입한 CIO제도부터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국내 현실에서 CKO에 대한 기대는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CKO는 정부부처 내에서도 국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의 한·일 어업협정 파문과 국민연금 확대실시 부작용 등의 경우를 보자. 결과적으로 이같은 파문과 부작용은 전략수립과 정책설계 단계에서 사안과 관련된 지식의 축적·공유·학습·활용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CKO의 부재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처에서 지식자원을 종합 기획, 조정하는 최고지식관리자로서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CKO의 유무가 곧 21세기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CKO가 각 부처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산하 기관장에게 지식관련 업무를 직접 조언하며 정책과정을 모니터링하도록 함으로써 비슷한 정책 실패가 반복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세계적인 지식경영 조직 이론가인 노나카 이쿠지로 박사는 『기업에서 새로운 지식의 창조는 항상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전제하고 『이 개인들의 창조물을 조직의 것으로 변환시켜주는 권한과 책임을 CKO가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직의 성공이 물론 CKO의 도입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식정보의 중요성과 CKO의 전략적 기능에 대한 인식이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조직 구성원들에게까지 퍼져 있고, 지식공유를 위한 열려 있는 마음자세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21세기, 새천년에서 성장의 견인차가 「지식」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 지식경영과 CKO제도가 꽃필 수 있는 기본 여건은 갖춰져 있는 셈이다.
지식이론의 대부인 경영학자 미국 클레어먼트대학원대학의 피터 드러커 교수는 『이제 지식이 없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CKO가 존중받는 풍토가 서둘러 마련돼야 하는 것을 지적해주는 대목이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