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델사간의 이번 계약은 단순한 외자 도입이나 제품 공급계약이라기보다는 TFT LCD사업 분야의 전략적 제휴에 가까울 만큼 포괄적이라는 평가다.
이른바 「크리스털 사이클」이라고 불리는 TFT LCD시장의 불안정성을 감안해 중장기적인 공급 대상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끼는 삼성전자와 최근 들어 공급난이 부쩍 심화되고 있는 TFT LCD 물량 확보가 발등의 불인 델사의 현실이 이번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장기 공급계약과 함께 2억달러의 외자 유치까지 성사시킴으로써 반도체에 버금가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TFT사업 부문에 유리한 조건의 투자재원을 확보, 세계1위 업체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TFT LCD산업은 올해 들어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해외 주요 컴퓨터업체들로부터 집중적인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들어 이뤄진 TFT LCD 분야의 대표적인 외자 유치는 LG전자가 LGLCD 지분 50%를 네덜란드 필립스사에 16억달러에 매각한 것. 또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미 애플사로부터 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처럼 해외 주요 컴퓨터업체들이 국내 TFT LCD 분야를 투자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국내 LCD산업이 가진 세계시장에서의 지배력 때문이다.
TFT LCD 분야의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은 대체로 올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2개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주로 노트북PC에 국한됐던 TFT LCD가 데스크톱PC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시장 수요 자체가 급격한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는데다 올해 이 분야에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만이 최근의 지진사태로 상당 부분 타격을 입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최근 성사되고 있는 국내 TFT LCD 분야의 외자 유치는 국내 업체들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TFT LCD를 반도체와 함께 국내 수출산업의 최대 효자 종목으로 부상시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