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인터넷 산업 육성 전략 (4)

 하루에도 수십개씩 인터넷기업들이 문을 연다. 인터넷 분야의 다양한 특성만큼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에 목을 걸고 창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IMF이후 개인 창업이 늘면서 인터넷 분야는 실업을 줄이는 대안으로 등장해 각광을 받아왔다. 정부 역시 인터넷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렸다. 올 8월 전국 30개 대학에 인터넷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하고 대학당 5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인터넷 창업에만 150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는 셈이다. 정부는 미래산업인 인터넷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막상 지원을 받는 인터넷 벤처기업으로서는 「수혜」라는 인식을 갖지 못한다. 「정부의 지원이 적어서」라는 기업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원금이 「분산」된 때문이다.

 형평성을 고려해 기업 모두에 골고루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 오히려 기업들에는 불만이다. 실질적으로 지원금은 개발자금으로 역부족이다. 결국 소모성 운영자금으로 흐지부지 없어지고 만다. 본래 지원의 취지와는 딴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벤처기업 육성자금, 유망중소기업 선정 등에 참여했지만 실제로 지원받은 금액은 급한 운영자금 정도로밖에 쓰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현재의 벤처 지원체제가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형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터넷 벤처업계가 요구하는 정부의 지원은 직접적인 「돈」보다는 기반 인프라 구축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자금인 만큼 당장 큰 혜택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라는 것을 업계는 알고 있다. 당장 급한 것은 인터넷사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비 창업자들은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IT거리」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자금의 압박을 느낀다. 평당 임대 단가가 400만∼500만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용선과 각종 인프라 구축을 겸비한 건물은 찾는 것조차 힘든 형편이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벤처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인터넷 벤처업체를 수용하기에는 태부족이다. 몇 달을 기다려 겨우 입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벤처빌딩이라고 해도 임대료가 파격적으로 저렴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인터넷 벤처업체들이 요구하는 정부의 지원은 일회성 운영자금보다 인프라를 확충해 주는 것이다. 최소한 독립 기반을 갖출 때까지 육성해주는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바라고 있다.

 이같은 하드웨어적인 지원 외에 마케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채널을 원하고 있다. 신생 인터넷업체의 경우 마케팅 경험이 없고 체계적인 줄기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업체들이 마케팅 협조를 위한 모임을 만들고 정기적인 회동을 갖지만 인터넷산업 전체를 키우기에는 다소 힘에 부친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이 보태지길 업계는 바라고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은 양분되어야 한다. 중소기업 대국인 대만의 경우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인프라 구축과 수요처 물색과 같은 자생할 수 있는 마케팅체계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을 병행해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이탈리아의 경우 대만보다 많은 지원자금이 중소기업에 투자됐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따라서 인터넷 벤처기업 육성은 정부의 인프라 지원과 벤처캐피털 및 창업투자기관의 직접 자금투자로 나뉘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 인프라와 자금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은 힘에 부친다.

 또 최근 인터넷 바람을 타고 투자자의 손길이 인터넷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지원이 될 소지마저 안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