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70)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멀리서 와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잘 아시는 바처럼 저는 처음에 컴퓨터 회사의 사환부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들어갔을 때 그 회사의 기술 책임자로 계시면서 저에게 담배 사와라, 탁자를 걸레로 닦으라고 시켰던 분도 계십니다. 아직 부장이며 상무로 계십니다만, 저는 지금 사장이 되었네요.』

 사람들이 와 하고 웃었다. 허성규 실장과 이길주 차장을 두고 한 말이었는데, 그들은 바로 나의 앞에 앉아서 빙끗 웃었다. 그들의 사이는 앙숙이었지만, 그날만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이 다정해 보였다. 두 사람이 다정한 것이 아니고 나에 대한 호감 때문일 것이다.

 『저는 밑바닥부터 시작했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열심히 기술을 배웠습니다. 외국 컴퓨터 원서를 읽기 위해 영어를 배웠고, 일본어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 영어와 일어는 원서를 읽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에 와서는 외국 비즈니스에 절대적으로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감히 사주라고 한다거나 기업가라는 말을 못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기술자일 뿐입니다. 아직은 그렇습니다. 저는 경영철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겠지요. 그것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거나, 배우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지금 저에게 있는 확실한 것은 창의를 통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완성입니다. 기술이 발휘되어 제품이 탄생하는 것을 저는 예술의 창작으로 생각합니다. 예술은 감성의 세계라고 합니다만, 컴퓨터 프로그램, 즉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도 일종의 예술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술은 사람을 감동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 감동은 바로 기술의 고도화에서 발생하는 창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업을 시작한 것은 그러한 예술품에 상업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술이 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예술은 순수하게 예술로 남아야 한다는 원칙과 별개의 것입니다. 기술이 기술로 남아서는 진보하지 못합니다. 바로 그 기술이 돈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돈 돈 해서 제가 돈을 밝히는 인상을 드리지 않나 합니다만, 그런 뜻이 아니라 개발된 기술이 사람에게 유익한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유익한 제품은 당연히 돈이 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유익하지 않은 제품을 사지는 않습니다. 저는 오늘 상당히 신바람이 납니다. 어쩌면 그 신바람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