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반도체업체의 램버스D램 생산 연기로 관련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기·대덕전자·LG전자·심텍 등 주요 메모리모듈기판업체들은 이달부터 램버스D램이 본격 출하될 것으로 내다보고 램버스D램용 모듈기판 생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반도체업체로부터 생산 개시 신호만을 학수고대해온 이들 PCB업체는 예기치 못한 램버스D램 지원용 인텔 칩세트의 결함 소식에 또 다시 허탈감에 빠져들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부각되고 있는 램버스D램은 당초 올 상반기부터 본격 양산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를 지원하는 인텔 칩세트(코드명 카미노)의 개발이 계획보다 지연되는 바람에 본격 출하는 지난달 말로 연기됐다.
그러나 본격 양산을 불과 며칠 남겨두고 인텔 칩세트에 결함이 발견되면서 램버스D램의 대량 출하는 또 다시 연기됐다.
이번에 발견된 칩세트 결함은 경미해 이르면 2∼3개월 이내에 성능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고 인텔측은 설명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PCB업계는 인텔의 설명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텔 칩세트 출하일정은 이미 두번 이상 연기됐고 이번에 발견된 결함이 개선되더라도 세계 주요 컴퓨터업체들은 이 신형 칩세트의 탑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램버스D램이 주력 메모리 기종을 자리잡는 시기는 일러야 오는 2003년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이 견해이다.
결국 국내 PCB업계가 재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램버스D램의 미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를 단행한 바 있는 국내 주요 PCB업체들의 시름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선 국내 PCB업체들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PCB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램버스D램용 모듈기판시장이 본격 조성되지 않음으로써 매출에 차질을 빚은 것도 문제지만 국내 PCB업체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대만 등 후발 PCB업체들의 움직임이다.
램버스D램용 모듈기판은 기존 메모리모듈기판과는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제품이다.
신호처리의 고속화·대용량화에 대응하기 위해 램버스D램용 모듈기판은 임피던스·신호지연·신호감쇄 등 각종 전자특성을 고려해 설계되고 반도체 수준에 버금가는 제조환경을 구축해야만 생산이 가능한 최첨단 PCB다.
현재 램버스D램용 모듈기판을 생산할 있는 PCB업체는 국내 4사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7∼8개 업체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아직까지 램버스D램을 본격 양산할 수 있는 PCB업체가 전무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램버스D램시장이 예정대로 조기 형성되고 이 시장을 국내 PCB업체들이 선점하게 되면 국내 PCB산업은 또 한번 만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인텔칩 결함 파동으로 시장 형성이 지체되고 그 시간을 활용, 램버스D램용 모듈기판 시장 진입을 호시탐탐 노려온 대만 PCB업체들이 설비투자에 나설 경우 국내 PCB업체에는 버거운 상대를 만나게 된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사업은 기회 선점과 조기 시장진입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형적인 「타입 투 마켓」사업』이라고 국내 PCB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조하고 『수년 전부터 램버스D램용 모듈기판사업을 준비해온 국내 업체의 선 투자전략은 이제 약효를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