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벤처창업 활기

 통신장비 분야에서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아직 완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했거나 번듯한 회사 간판도 내걸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우리나라의 통신장비 핵심부품 및 원천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밑거름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창업준비가 한창인 온누리테크(대표 김승돌·47)는 지난 2년간 일반 가정에 구축돼 있는 110·220V의 전력선을 통신매체로 해 초고속 정보전송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우선 2Mbps 이상의 정보전송속도를 실현하는 「전력선 통신모뎀」을 상품화할 계획인데, 전화선과 케이블TV망을 이용하는 정보전송 수단인 ADSL이나 케이블모뎀과의 경쟁속에서도 관련시장을 2%(약 1만대)가량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같은 자신감은 핵심부품을 집적화하고 100% 국산부품을 채택해 가격경쟁력이 경쟁상품보다 우월한 데다 기존 전력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망 구축과 설치가 간편하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온누리테크는 연내 자본금 1억원 규모로 창업하고, 전력선을 이용하는 폐쇄회로TV망, 가정 및 공장자동화망, 주차관리망을 구축해주는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경북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의 박종태 교수(46)도 코바(CORBA) 기반의 통합 망관리시스템(NMS) 구축기술 및 그 플랫폼을 들고 창업전선에 뛰어들 태세다.

 박 교수는 『최근 들어 기업 네트워크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근거리통신망(LAN), 원거리통신망(WAN), 인터넷 등의 통신망을 통합관리하는 NMS 구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도 국내 기술로 소화하지 못해왔다』며 차세대 망관리기술로 주목받는 CORBA 기반의 망관리시스템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연내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멕서스텔레콤(가칭)을 설립하고 내년 초에 CORBA 기반 망관리 플랫폼을 상품화할 예정이다.

 안동대학교 전자정보산업학부의 정중수 교수(40)는 LAN프로토콜 분석기 및 방화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연내 설립할 회사는 초기자본금 1000만원의 넷필드(가칭)사. 그가 시장에 내세울 제품은 LAN환경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통신 프로토콜을 모니터링하는 분석기와 내부 LAN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벽장치다.

 정 교수는 『통신관련 계측장비회사에 제품생산과 마케팅을 위탁해 초기 투자부담을 줄이는 한편 차세대 제품개발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위성통신서비스 시장을 겨냥한 복합 다중모드 평면안테나, 이동통신기기 및 위성시스템의 핵심부품으로 쓰일 VCO(Voltage­Controlled Oscillator)를 내장한 PLL(Phase Locked Loop) 주파회로(RF)모듈,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PC독립형 IP폰 등의 기술을 보유한 인물들이 속속 창업할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