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서는 네트워크(온라인) 판매와 더불어 음악 유통 세계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혁명적 실험이 한창이다. 담배나 콜라, 때로는 맥주 등 간단한 음료나 기호 식품을 주로 취급해왔던 자동판매기(자판기)를 활용해 노래나 연주곡 등 음악 콘텐츠를 파는 이른바 「음악자판기」가 그 것.
지난 여름 일부 업체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실험은 진출 업체가 10개사 정도로 불어나며 빠른 속도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제 웬만한 역이나 레코드매장, 편의점 등에는 오락실의 오락기기 모양을 하고 있는 음악자판기가 놓여있고, 그 이용자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온라인자판기의 개념은 간단하다. 콘텐츠 제공자가 위성이나 광파이버를 매개로 음악데이터를 자판기에 보내고, 구입자는 터치 방식으로 돼 있는 화면 지시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 미니디스크(MD) 등 기록매체에 담아 들으면 되는 것이다. 이용 요금은 음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한 곡당 100∼500엔 정도다.
실험중인 음악자판기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미리 음악콘텐츠를 저장해 두는 타입과 콘텐츠를 리얼타임(실시간)으로 보내는 타입 등 두 가지인데, 전송 타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CD 등 패키지를 매개로 하는 기존 유통과 비교해 자판기를 통한 음악판매가 갖는 이점은 대략 3가지다. 재고나 반환 등에 따르는 물류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유통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작은 공간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으며, 제조 및 유통기간을 아주 짧게 할 수 있는 점 등이다.
게다가 구입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만으로 돼 있는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매력이 있어 특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는 아직 채산성을 따질 단계는 아니지만 운영업체에서는 이익이 돌아오지 않아 CD 판매를 보완하는 정도의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우선은 신곡이나 인기곡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점이 걸림돌이다.
다만 온라인서비스가 늘고, 저작권보호기술 등이 진전되면서 소니뮤직 등 대형 레코드업체들이 콘텐츠 제공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서 이 문제는 머지않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적 문제로는 기록시간이 지적된다.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MD로 저장하면 곡당 30∼40초가 소요돼 10곡 정도 구입할 경우 5분을 넘기게 된다. 길거리에 5분 이상 서 있는 일이 때로는 고역일 수도 있는데, 이 문제 역시 소형 메모리카드인 「컴팩플래시」나 「스마트미디어」 등을 이용할 경우 곡당 10초 정도로 기록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해결 가능성이 높다.
신곡이 제공되고, 기록시간도 짧아져 음악자판기가 음악유통의 새 주력 기법으로 자리를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