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매시장에 제2라운드가 펼쳐진다.
온라인 경매업계 1위 업체 e베이에 맞서 마이크로소프트·델컴퓨터·라이코스·ZDnet 등 정보통신(IT) 거대기업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온라인 경매업계가 국면전환을 맞고 있다.
경매는 요즘 떠오르는 인터넷 전자상거래(EC) 비즈니스. 미국 언론들은 온라인 경매를 가리켜 「인터넷의 가장 섹시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해야 금광을 캘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디지털 신천지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업 모델이라는 뜻이다. 유명한 조사기관 고메즈 어드바이즈사는 지난해 15억7000만 달러에 머물렀던 인터넷 경매시장이 2001년에는 10배가 불어난 15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경매시장의 1라운드 챔피언은 e베이. 지구촌 최대의 경매센터 e베이는 시장의 70%를 독식하고 있다. e베이에 가면 골동품부터 스포츠기념품, 컴퓨터, 장난감, 인형, 동전, 보석, 우표, 책, 잡지, 음악, 도자기, 유리제품, 사진, 전자제품까지 분류항목만도 1628개, 아이템은 300만개가 넘는다. 웨딩 케이크 장식을 수집하는 여성부터 2차대전 기념품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는 참전용사까지 각계각층에 분포된 e베이 회원은 무려 5600만명이다. 1800만명을 거느린 통신공룡 AOL의 세 배나 되는 거대한 몸집이다.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 시장을 IT업계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가만 놓아둘 리 없다. 소프트웨어산업을 점령한 데 이어 인터넷왕국을 꿈꾸는 마이크로소프트, 컴퓨터업계의 떠오르는 별 델컴퓨터, 포털업계에서 야후와 1위 다툼을 벌이는 라이코스, 온라인 예매업계의 대표주자인 티켓마스터-시티, 인터넷미디어의 중심 ZDnet 등이 「타도 e베이」를 슬로건으로 뭉친 것이다.
이 연합체의 구심점은 페어마켓. 이 회사는 최근 참가업체들을 네트워크로 묶는 허브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로써 네티즌은 페어마켓을 통해 주요 경매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또 참여업체들이 서로의 경매 목록을 공유하기 때문에 한 사이트에 물건을 올리면 그 정보가 전 네트워크로 퍼지게 된다.
이같은 e베이 대 페어마켓의 대결구도에 또다른 변수가 생겼다. 이른바 경매정보사이트들이 끼여든 것이다. 옥션와치, 옥션가이드, 비더즈 에지, Z커브 소프트웨어 등 우후죽순 등장한 경매정보업체들은 유명경매사이트에 대한 뉴스와 경매제품 리뷰, 이용자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메시지 보드 등을 제공한다. 이들은 또 한 가지 아이템에 대한 여러 사이트의 진행상황을 비교하고 현재의 최고가와 경매마감시간을 통보해 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로 네티즌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되자 돈이 되는 사업이면 귀신같이 냄새를 맡는 실리콘밸리의 1급 투자자들이 경매정보업체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미 옥션와치는 960만 달러의 벤처자금을 수혈받았다. 야후를 상장시킨 시쿼이어 캐피털, 지오시티스를 발굴했던 데이비드 웨더렐의 앳벤처스, 스탠퍼드대학 등 거물급 투자자들이 돈을 댄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온라인 경매업체 1위인 옥션에 맞서 포털업체들이 연대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최근 한 벤처업체가 네이버·다음커뮤니케이션즈·인터넷버디 등을 엮어 11월초 경매 허브 사이트 개설을 준비중이다. 아직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경매시장의 흐름이 허브사이트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앞으로 전개될 온라인 경매 제2라운드가 현재 1위 업체의 타이틀 방어가 될지 아니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