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중소 인쇄회로기판(PCB)업체는 수년에 걸쳐 독자개발한 10여개 정도의 PCB 제조공법을 특허출원하려다 낭패를 봤다.
특허출원 관련 지식이 부족한 까닭에 이 회사는 변리사를 통하기로 했으나 변리사를 만나본 이 회사는 특허출원을 포기했다. 출원할 특허 건당 80만∼100만원 정도의 등록비를 포함한 수수료가 소요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허가 등록되면 성공 수수료를 추가지불해야 하고 특허의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20년동안 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
이 회사는 10여건에 달하는 신기술을 특허 출원, 권리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 회사는 특허출원을 철회했다.
이같은 경우는 비단 이 업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중소 전자부품업체들에 모두 해당된다.
다년간에 걸쳐 각고의 노력끝에 개발한 신기술·제조공법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마련한 특허제도가 영세한 중소 전자부품업체에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중한 특허출원 부담으로 중소 전자부품업체들이 이를 회피할 경우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각종 지적재산권 분쟁에서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은 보호받을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심지어 이미 개발한 기술도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지 못해 지적재산권 소송에서 질 수 있으며 분쟁 협상에서도 외국업체에 끌려다니게 된다.
특허는 고유기술을 보호받고 회사의 연구개발력을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 빚어질 수 있는 지적재산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의 성격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중소 전자부품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개인·중소기업·대기업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현행 특허출원 및 유지관리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특허출원에 드는 과다한 비용 때문에 기술개발을 꺼린다면 그것은 결국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