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된다」 싶으면 일단 부딪치고 보는 사람이 있다. 김명환 조선인터넷TV 사장(41)은 스스로를 「돈키호테」라고 칭할 정도로 무모함이 엿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무모함이 최근 무시하지 못할 컨소시엄 하나를 엮어냈다. 삼성전기·삼성물산·SK텔레콤·메디다스·캡스 등 5개 기업과 함께 인터넷TV 사업을 위한 공동 컨소시엄을 구축한 것이다.
『분야별로 최고라 생각되는 기업들 명단을 뽑아놓고 무작정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넷TV의 가능성과 공조를 통한 윈윈전략의 필요성을 얘기했죠.』 이렇게 해서 김 사장은 한달여 만에 「인터넷TV 연합군」을 창설했다.
김 사장의 돈키호테 정신은 인터넷TV 사업 시작때부터 비롯됐다. 96년 LG반도체가 추진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장치 개발 프로젝트의 개발책임자였던 그는 자바프로세서와 미디어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미국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중 인터넷 확산열기와 TV를 통한 인터넷의 가능성을 감지했다.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자 13년간의 LG맨을 청산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닥치는 대로 만나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김 사장의 표적은 다양했다. 국내 대기업, 언론사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카온라인 등 세계 굴지의 기업 고위관계자들과도 수차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결국 노래방기기 전문업체인 아싸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인터넷TV 세트톱박스를 LG전자와 공동개발해 냈고 이후 조선일보의 투자를 보태 지난해 4월 조선인터넷TV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8월 국내 최초의 인터넷TV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 설립후 1년여가 지났을 때 김 사장은 처음으로 스스로의 무모함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한다. 『혼자서 한다면 수백억원도 모자라는 사업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엔 소프트웨어 싸움인데 그걸 혼자서 다할 수는 없었던 거죠.』 그때 일본에서 세가·히타치·도시바 등 7개 기업이 연합 인터넷 단말기를 공동개발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때부터 김 사장은 컨소시엄 구성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성사시켰다.
98년 4월 1억5000만원으로 시작했던 조선인터넷TV는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 및 에인절 투자자들로부터 추가로 투자를 유치해 38억원의 자본금을 갖춘 기업으로 컸다. 가능성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김 사장의 「돈키호테 정신」을 결코 무모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