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한국케이블TV의 잘못 꿴 단추

정인구 JW시스템즈 사장

 지난 95년 3월 화려하게 등장한 한국케이블TV가 아직까지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외국 위성방송의 전파 월경과 다채널 다매체 멀티미디어 시대를 대비하고 초고속 정보시대의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에서 케이블TV가 도입됐지만 출범 후 5년이 지난 현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된 원인은 잘못된 제도와 모순된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양방향이 무리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 93년·94년 무렵만 해도 양방향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았다. 지난 95년 한국케이블TV가 시작될 무렵에는 전세계적으로 양방향 서비스에 필수적인 상향 신호의 잡음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실험적으로 양방향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도 도입되지 않은 양방향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케이블TV를 시작했지만 양방향을 위한 망구축이 제대로 안돼 케이블TV가 개국한 지 7∼8개월이 지나도록 망설치가 이뤄지지 않는 우스운 꼴이 생기고 만 것이다.

 두번째로 작은 사이즈의 종합유선방송국(SO)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지금은 전국을 77개 방송구역으로 나누고 있지만 제도 입안 당시에는 무려 123개 방송구역으로 전국을 분할할 계획이었다. 5만∼8만가구를 대상으로 SO사업을 허가할 생각이었으나 이런 사이즈로는 좀처럼 흑자운영을 하기 힘들다.

 세번째로 지나친 규제를 꼽을 수 있다. 케이블TV가 입안될 당시 정부는 자율에 의한 경영전략보다는 획일적인 규제 일변도 정책을 취했다. 일례로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주민이나, 목포나 포항 등 지방의 주민이 똑같이 1만5000원의 시청료를 내야 했고 PP채널 29개를 의무전송(Must Carry)해야 했다. 따라서 SO가 지역특성과 정서에 맞춰 PP를 선택할 수도 없었고 국민형 등 여러가지 형태의 패키지 상품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규제는 영업현실을 무시한 관료적인 발상이었다.

 네번째 중계유선과의 관계정립 미흡이다. 초기 케이블TV를 입안했던 당국자들과 일부 교수들은 케이블TV가 활성화되면 중계유선이 자연적으로 소멸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미 지역마다 길게는 30년 이상 자체 전송망을 가지고 서비스해오고 있는 중계유선을 제쳐두고 같은 지역에 또다른 사업자인 SO를 허가했으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다섯번째로 삼분할 구조를 지적할 수 있다. PP·전송망사업자(NO)·SO 등 삼분할 구조는 케이블TV에 케이블은 없고 TV만 있는 기형적인 SO를 낳았다. 또한 NO인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은 SO의 사정과는 관계없이 망을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중간에 수익성이 없다고 망건설을 중단하기도 했다. 삼분할 구조는 결국 근시안적인 아이디어였다.

 지금은 전세계가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시대다. 또한 인터넷을 위한 통신인프라의 구축이라는 대명제하에 관련산업이 인수 및 합병(M&A)을 통해 대형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시대에 걸맞게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하고 법적으로 케이블업계를 지원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