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선점사업」이다. 누가 얼마나 더 빨리 기술을 상용화하고 가입자를 유치해 커뮤니티를 구축하느냐 하는 싸움이다. 선발업체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동원해 사업을 확대하고, 후발주자들은 선발을 쫓기 위해 정신없이 질주를 해야만 하는 게 인터넷사업이다. 자연히 과열경쟁이 유발된다. 마케팅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효과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터넷 후발주자들의 설움이다.
국내 인터넷업체의 대부분이 후발주자다. 인터넷 자체가 미국에서 발생한 기술이고 산업인 만큼 현재 인터넷시장의 주도권은 미국이 잡고 있다.
전체 인터넷산업의 70% 이상을 미국이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의 주류를 받아야 하고 서비스를 모방하는 차원에서 국내 인터넷산업은 성장의 미명을 붙였다.
국내 대기업도 이 시점에서 반성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불과 3, 4년 전 인터넷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할 때 국내 대기업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당연히 미래는 인터넷 패러다임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지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사업화한 기업은 없었다. 투자도 없었다. 일본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인 소프트뱅크는 인터넷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지하고 야후에 30%가 넘게 지분 참여했다.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지 못할 바에야 투자로 동반상승 이익을 노려보자는 뜻이다. 결국 소프트뱅크는 대주주의 권리로 야후재팬을 설립하고 불가사의한 주당 1억6000만원(한화기준)의 주가를 기록했다. 속칭 떼부자가 된 것이다.
뒤늦게 인터넷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내 대기업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사중심으로 인터넷사업부를 설립하고 전자상거래사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산업 붐이 조성됐고 시장을 선점당한 상태에서 「만시지탄」의 회한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문기업들이 국내 인터넷산업의 짐을 메고 무거운 행보를 하고 있는 것에 다소의 위안을 가질 수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세계 온라인 인구는 2%밖에 안된다. 아직 「개척의 땅」이 많이 남아 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은 인터넷의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에서 월등히 앞선 일본도 인터넷에서는 우리보다 뒤진다. 전자우편 솔루션 개발업체인 3R소프트 유병선 사장은 『처음 미국시장을 타깃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으나 그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많은 동남아시장을 공략하는 쪽으로 마케팅 방향을 선회했다』며 『일본의 경우도 인터넷에 관해서는 한국보다 뒤진 상태여서 시장공략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터넷시장의 판도를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한 구미지역이 70%를, 나머지 30%는 아시아국가들이 점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www.china.com」이 아시아 인터넷시장 공략을 위해 시동을 걸어 놓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선 호가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은 아시아 인터넷시장의 선점 가능성을 예측한 주가다. 특히 화교권이 주류를 이루는 아시아 인터넷시장에서 「차이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막대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터넷에 관한 한 한국은 아시아 선두권 국가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 공략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시장이 완성단계에 이른 미국시장을 공략하기에는 기술로나 서비스로나 무리가 따른다.
또 시장개척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AOL이나 아마존·더블클릭 등 미국계 인터넷기업들의 현지 지사에 목매달고 엄청난 로열티를 내걸 일이 아니다. 지금은 당장 보이지 않지만 아시아 시장은 인터넷의 황무지와 같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면 몇 년 지나지 않아 탐스러운 과실이 열린다. 현재의 인터넷 확산속도로 봐선 결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미국이나 유럽인, 심지어 일본인의 정서보다 한국인의 정서가 아시아 인터넷시장을 공략하는 데 훨씬 적합한 만큼 서둘러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나머지 30%의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는 첩경』이라고 24/7미디어코리아 이명환 사장은 힘주어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