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이면 「인터넷PC」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무대 위에 오른다. 사업 초기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인터넷PC는 국내 정보통신 산업기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PC의 보급사업은 하드웨어의 보급 확대 차원을 넘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와 인터넷 활용확대, 전자상거래 기반마련 등 국내 PC관련 산업 전반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정보통신부가 「사이버코리아 21」 계획의 일환으로 검토하기 시작, 지난 8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인터넷PC의 보급 사업은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만큼이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풍을 만나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들은 채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터넷PC 사업의 참여를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 지식정보화」라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해 사업발표한 지 2개월만에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PC는 화려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생활용품」 이미지보다는 「값비싼 전자제품」 이미지를 더 강하게 풍겨왔다. 사용하기 불편한 측면도 있지만 가격 부담이 적지 않아 이용자 측면에서 폭넓게 보급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보통신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방향을 가격 부담 때문에 PC를 구입하지 못하는 서민층도 구입할 수 있도록 기존 PC업체들의 공급체계와는 획기적으로 다른 유통체계를 통해 하드웨어의 가격을 낮춘 초저가 멀티미디어 PC를 보급키로 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인터넷PC 사업. 물론 여기에는 초저가로 멀티미디어 PC를 보급해 정보화의 상징인 인터넷 이용을 확산시키고 소프트웨어, 주변기기, 전자상거래 등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정통부는 인터넷PC의 사양을 제시하면서 이 제품의 보급을 위해 전국적인 망을 가진 우체국을 활용키로 했다. 정통부는 PC를 일선 유통점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우체국에서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 우체국 금융상품으로 「컴퓨터적금」을 신설, 적금 가입후 2회만 불입하면 PC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우체국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포스트(www.epost.go.kr)를 운영하고 있고 각 제조업체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 인터넷을 통한 PC판매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또한 인터넷PC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서비스제공(ISP) 업계도 참여한다. 인터넷 이용확대를 위해 현재 각각 1만원 수준인 가입비와 이용료를 인터넷PC 구매자에 한해 가입비를 면제해주고 월 기본 이용료는 4000원 수준으로 인하했다. ISP는 하이텔과 유니텔·코넷·나우누리 등 4개이며 소비자는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 인터넷PC와 ISP업체와의 만남은 앞으로 인터넷PC의 대중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당분간은 인터넷PC 구입자를 대상으로 혜택을 주겠지만 머지않아 기존 가입자에게도 요금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전국의 우체국에서 일제히 국민컴퓨터적금 상품을 발매한 이래 최근까지 8만여명의 가입자를 모집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인터넷PC 공급업체들의 유통망에서 판매하게 될 물량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적게 잡아도 70만여대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인터넷PC에 대한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내년부터는 관공서와 대학·군수 등의 분야에서도 대체 수요가 인터넷PC로 집중할 것으로 보여 연간 200만∼300만대의 신규 수요가 기대되며 앞으로 3년간 800만∼9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국내 전체 PC시장 규모는 약 180만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00만대 가량은 이미 실 판매로 이어졌고 80만대 가량은 대기 수요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는 이 시장을 놓고 대기업 4사와 현주컴퓨터·컴마을·세진컴퓨터랜드·현대멀티캡 등 전국적 유통망을 가진 중견업체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이 예상된다. 인터넷PC의 등장은 기존 PC유통체계에 일대 변화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긍정·부정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공종렬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은 『그 동안 PC는 가격적인 부분의 거품이 유통체계를 떠받쳐왔지만 초저가 PC의 등장으로 더 이상 고가격 고마진 구조를 지향하는 PC 유통체계는 지탱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정부가 인터넷PC 보급사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대기업들이 일제히 PC가격을 경쟁적으로 인하한 것이 좋은 예다. 여전히 대기업의 제품은 조립PC나 인터넷PC와 가격차가 많지만 그 폭이 종전의 20만원 이상에서 10만원대로 줄었으며 심지어 일부 업체는 인터넷PC 사업참여는 하지 않지만 「국민PC」 「인터넷국민PC」 등의 이름으로 같은 규격에 비슷한 가격대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어서 당분간 PC업계는 「저가경쟁」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와는 반대로 전자상가의 조립PC 상인들이나 소형 유통점 등 기존 유통업체에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통부가 보급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대기수요로 인해 판매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이와 맞물려 메모리 등 주요 부품값마저 인상돼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계와 인터넷PC 업계, 그리고 소비자들 모두 유익한 대안 마련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인터넷PC의 보급률이 늘어난다고 해서 정보통신 기반이 곧바로 확충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하드웨어 공급과 함께 지속적으로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일이야말로 인터넷PC 보급사업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영하 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