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인터넷PC> 대기 수요 급증에 유통점들 "당혹"

 인터넷PC 보급계획이 발표된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용산 등 조립PC상가는 유례없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메모리 시세 폭등으로 전체적인 PC수요가 크게 위축된데다 초저가 PC에 대한 기대심리로 소비자들의 PC구매 계획이 대기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달 초부터 국제 메모리 시세가 한풀 꺾여 내림세로 돌아서고는 있으나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위축된 구매심리가 크게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

 인터넷PC 시판일인 20일이 다가오면서 인터넷PC업계는 점차 활기를 띠는 분위기지만 조립PC업계는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상인들의 대표기구격인 용산상점가진흥조합이 인터넷PC 공급업자로 선정됐지만 제품 공급처나 유통채널·유통마진 등에 대해 의견조율이 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PC가 조립PC업계를 비롯, 소규모 PC유통업계의 사활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역시 가격이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르는 품목은 운용체계(OS)인 한글윈도98의 공급가격이다. 「인터넷PC사업자협의회」는 윈도98을 공동구매키로 하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측과 협상을 진행, 대기업 수준의 OEM가격으로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공급받는 OEM가격은 6만∼7만원으로 전자상가의 유통업체 공급가격인 11만∼12만원보다 5만원이나 낮은 가격이다.

 지난 여름 내내 용산상점가진흥조합이 나서 반MS운동을 펼쳤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비하면 인터넷PC 보급사업의 효과는 위력적이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용산 등지의 조립PC업계는 이같은 배경에 정부측과 MS측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또 한가지 가격차가 큰 품목은 메모리다. 인터넷PC사업자협의회는 이달초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64MB SD램을 수출단가 수준으로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고 양사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협의회의 요청대로 또는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면 조립PC업계와 인터넷PC 보급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중소 PC업체는 메모리에서만 가격경쟁력이 5만원 이상 뒤지는 셈이다.

 기타 워드프로세서나 통신프로그램 공급가격도 인터넷PC 사업자와 조립PC업계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여러 여건들을 감안하면 앞으로 조립 및 중견PC업체들과 인터넷PC업체들간 가격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 불보듯 훤한 일이다. 대기업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그동안 조립 및 중견업체들은 저가를 무기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지만 이제는 서비스와 특화된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영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