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프로젝트 (2)

ETRI 원천기술연구본부 유기물소자팀

 『부피가 큰 컴퓨터 모니터나 TV를 호주머니에 구겨서 넣어가지고 다닐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은 적어도 4∼5년내에 해결될 것 같다.

 디스플레이 기술 중 전계방출표시소자(FED) 등과 같은 전기발광을 이용한 소자는 현재 각광받고 있는 LCD와 같은 수광형태의 소자에 비해 응답속도가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힌다.

 FED 등은 발광형태이므로 휘도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 유기물 및 고분자 소자는 직류 구동전압이 낮고, 박막형태의 구성과 발광효율 측면에서 뛰어나며 가시영역에서의 모든 색상 발광이 가능해 21세기 대형 평면 디스플레이 기술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천기술연구본부 유기물소자팀(팀장 정태형 박사). 이 팀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중 활용성이 높은 유기물 전기 발광소자에 대한 연구를 추진중이다.

 팀의 구성도 매우 특이하다. ETRI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물리학·화학 전공 박사급 연구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팀 구성은 유기물 중 반도체 성질을 띠는 물질을 이용해 전기소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팀은 현재 정통부 과제로 KAIST·대우고등기술원·오리온전기 등과 공동으로 총 47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유기물 발광소자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간 개발된 1만㏅/m²의 휘도를 낼 수 있는 발광 고분자 합성기술을 토대로 향후 3년 뒤 플라스틱 기판을 이용한 PDA용 플렉시블 유기물 발광소자 디스플레이 개발을 목표로 연구중이다. 그러나 제품이 PDA 플렉시블 유기물 발광소자에 한정돼 제품 개발보다는 물질특성과 단순소자 분석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유기물 발광소자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개발의 현재 목표는 두루마리형 모니터나 접는 모니터를 개발하는 것. 이 기술이 완성되면 벽이나 천장에 모니터를 도배지처럼 붙여놓을 수 있어 영상산업·정보통신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특히 유기물 전기발광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상상 속의 접는 모니터, 두루마리형 모니터 개발이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영국 CDT사는 이같은 기술을 이용해 2∼3㎜의 두께로 발광소자를 만들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산업화 전단계의 백색·녹색·청색 유기물 발광소자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을 거뒀다. 파이어니어사는 지난 97년 유기물 발광소자 라인을 구축, 양산에 들어갔으며 올해 산요전기와 코닥사는 관련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빠른 기술개발 움직임에 따라 완전 컬러용 유기물 발광소자 디스플레이의 실용화가 2000년대 초반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TRI의 기술은 발광소자를 이용해 로고·시계 등의 계기판을 만드는, 그야말로 기초기술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업계 및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같은 연구추세는 차세대 벽걸이형 TV로 부상중인 액정표시장치가 가볍고 소비전력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멀티미디어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대형스크린 이용에 한계가 있어 실용성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현재 연구진들의 공통 관심사는 휘도·발광효율이 우수한 적색 및 청색 소자 개발, 소자 수명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풀컬러화의 방법 및 재료개발, 유기물 발광소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구동법 및 전용구동 IC의 개발 등이다.

 유기물소자팀 정태형 팀장은 『현재 업체들이 PCS·PDA에 적용가능한 5인치급 단색 패널을 올해말을 목표로 개발중이며 10인치 이상의 노트북용 패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아직 초보적인 단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