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메소프트의 이창원 사장(34)에게는 최근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OSK대표가 바로 그것. OSK는 이제까지의 무차별적인 사업확장을 정리하고 한 분야의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이 사장이 올 6월 설립한 운용체계(OS) 전문업체다.
그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OSK는 최근 내장형 리눅스 「윈드스톤」을 개발, 20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품 발표회를 갖기로 돼 있다.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과 함께 벤처형 소프트웨어기업창업자 1세대로 불렸던 이 사장은 지난 2년간 남다른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96년 후반부터 한메소프트의 사업영역을 소프트웨어에서 CD롬 백과사전·게임·인터넷 등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른 자금난을 해결키 위해 투자업체를 물색하던 중 대농그룹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이끌어내 종합소프트웨어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일단 성공한다. 하지만 그 직후 대농그룹이 부도나는 바람에 대농과 곧 결별하게 된다.
그 후 몇몇 창업투자회사와 투자유치에 관한 협상을 벌였지만 IMF사태로 이 계획마저 백지화되고 말았다. 자금유치 실패와 사업별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결국 한메소프트는 지난해 10여개에 달했던 사업 부문을 모두 분사시킬 수밖에 없었다.
IMF이전 150여명의 한메소프트 직원 중 분사 후 남은 인원은 고작 10여명. 중견 소프트웨어기업에서 사실상의 벤처업체로 한메소프트는 남게 됐다. 그도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한메소프트가 잘 나간다는 말을 듣고 있을 때 이 사장은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로까지 주목을 받았던 미국 노벨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계속되는 사업부진으로 600여명의 직원을 40명으로 축소하게 된 노벨이 넷웨어로 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덤덤했던 내용들이 그가 막상 그 같은 일이 자신에게 닥쳐왔을 때 깨닫게 된 것은 한 분야에서도 강력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 OSK를 설립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사실 그의 사업이 좌초한 원인도 국내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사업확장을 답습, 어떤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메소프트가 오뚝이처럼 재기해 IMF를 맞아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프트웨어업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하는 이창원 사장에게서 소프트웨어벤처기업 1세대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강한 도전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