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커버스토리.. 지재권 디지털화

 인터넷 기반의 사이버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저작물의 전송이 용이해진다. 기존의 가치와 범주를 뛰어 넘는 새로운 개념의 지적재산권법 정립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녹음·녹화·복사 등 아날로그방식의 복제는 원본과 복사본의 질적인 차이가 있고, 비용과 시간 그리고 복사의 편이성에서도 적지않은 한계가 있어 저작권법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지난 57년 제정 후 몇 차례 개정되었으나 기본적으로는 전형적인 아날로그시대의 법 테두리를 탈피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반의 정보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터넷 등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과 확산은 각종 저작물에 대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이른바 「빛의 속도」로 전세계에 복사·배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저작물 복사본도 원본과 100% 동일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복제 흔적도 거의 남겨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반면 그 적발이나 구제는 더욱 어려워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침해방지 기술을 무력화하는 기술도 재빨리 개발되고 있어 그야말로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미 지난 98년 10월에 기존법을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으로 개정하고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도 저작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지난 9월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상의 지적재산권 보호강화 방안에 본격 착수했다.

 국내에서도 저작권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문화관광부는 디지털화하는 저작권 환경에 맞춰 법을 전면 개정키로 하고 지난 8월 정부안을 확정한 뒤 오는 2000년 7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현행법에 규정된 방송권·공연권·전시권·배포권 외에 온라인 전송권도 신설될 전망이다. 무단복제에 따른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사적복제보상금제도 도입키로 했다. 정보통신부도 기술 환경변화에 걸맞은 법·제도 정비 논의가 한창이다.

 물론 지적재산권 관련법의 정비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적지않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저작권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 현재의 저작권법을 일부 수정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저작권법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양상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개정방법과 방향을 놓고 대립하는 동안 디지털관련 저작권 분쟁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MP3음악파일 서비스, 인터넷 도메인네임, 인터넷광고 특허분야의 분쟁들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 분쟁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지적재산권법 개정에서 사이버사회의 특성에 맞는 개정기준과 사고방식 대신 과거 아날로그시대의 기준과 사고가 아직까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디지털 저작권 논의는 물리적 공간에서의 저작권을 사이버공간에도 그대로 지켜 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북(Book)적인 지적재산권이 아닌 웹(WEB)적인 지적재산권의 씨앗이 뿌려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적재산권법 정비과정에서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하나 있다. 디지털 또는 사이버저작물을 다루는 법은 창작물의 독점을 통한 부의 불균등을 조장해서 안된다는 점이다. 지적 창작물의 독점적 보호를 부정하고 정보·지식 공유를 추구하는 새로운 차원의 저작권 개념인 「카피레프트(Copyleft)」운동이 힘을 얻어 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인쇄기술이 완성되기도 전인 100년 전의 사고인 현재의 저작권은 오히려 새로운 창작을 저해할 뿐 아니라 부의 뷸균등을 촉발한다는 것이 카피레프트 운동가들의 주장이다.

 저작권보호기술의 개발도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사용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고, 저작권자는 손쉽게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전자결제 기반의 저작권집중관리시스템과 같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결국 지적재산물의 보호와 이용자의 자유로운 접근과 공정이용(Fair Use)간의 딜레마를 얼마나 조화있게 풀어나가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어느 한 쪽으로 지적재산권법 개정의 무게 중심이 치우칠 경우 그만큼 디지털시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하다. 지식사회에 어울리는 지적재산권법의 정비가 모든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 신중하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