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시대에 맞춰 마련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측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사이버 저작물에 대한 막대한 비중을 볼 때 이는 국내 저작권법 개정안이 자국의 이해에 맞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압력이라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미국의 「끼어들기」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95년 제4차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 때만 해도 그렇다. 당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리버스엔지니어링(RE) 허용을 명문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공청회에 방청객 자격으로 참석했던 미국대사관 소속 상무관이 『한국에서 RE 허용 명문화는 저작권자 보호조항에 위반되며 우호적인 한·미 관계에 마찰의 소지가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직후 명문화는 무산되고 말았다. 미국은 지난 98년 명문화 이전부터 법원판례를 통해 자국내에서 RE를 허용해 왔으면서도 한국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모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저작권법이 세계의 저작권법으로 대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시대 역시 미국 등 선진국들은 자국의 이익과 잣대를 만들어 우리에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국내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디지털 지적재산권법 개정을 기대해 본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