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법 개정에 따른 영화진흥위원회의 반응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박종국·이하 영진위)가 영화진흥법 개정을 앞두고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영화진흥법 개정을 통해 민간기구로서의 법적인 위상을 가진 영진위의 운영에 간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문성근·정지영·안정숙 등 개혁적 성향의 영화인사들이 지난 5일 문화관광부에 위원직 사퇴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문화부가 영진위 구성과 위원인선 과정에서 그동안 혼선을 빚어온데다 영진위를 둘러싼 영화계 신·구세력 사이의 갈등이 영화인협회(회장 김지미)와 영화인회의(공동의장 김동원 등 5인)로 양분되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화부가 내놓은 영화진흥법 개정안은 「영진위의 불분명한 법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영진위를 법인화」(제7조의 2항, 제7조의 5항)하고 「영진위의 원활한 업무 협조 및 국가지원 재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매년도 예산집행의 규모 및 기본방향에 대해 문화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영진위의 사업실적서 제출 및 감사를 의무화한다(제7조의 6항, 제7조의 7항)」는 조항을 신설하고 있다.

 영화계는 지난 수십년동안 숙원사업 중 하나로 여겼던 민간 영화인 중심의 영화진흥단체 설립이 출범 석달도 안돼 정부 주도로 위원장이 바뀌고 곧이어 영진위원들이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인회의는 최근 영화진흥법 개정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영진위를 통제, 장악하려는 제7조 6항 및 7항을 삭제하고 영진위를 재구성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스크린쿼터 문제 등 영화계 현안을 도외시한 채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영진위는 그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은 셈이다.

 문화부는 아직까지 문성근 등 영진위원들이 제출한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가 본격적으로 입장 표명을 할 경우, 영진위 재구성 문제를 놓고 정부와 영화인들 사이에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