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외 전용관 허용과 영화진흥위원회의 법적인 위상 재정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놓고 영화계가 또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6월 공식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의 법적 지위에 관해 명확한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영화계의 숙원 사항중 하나인 완전등급제를 도입하기 위해 영화진흥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등급외 전용관의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완전등급제도의 시행은 지난해에 의원입법으로 추진됐으나 영화인협회와 자민련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가 이번에 정부 입법으로 재추진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등급외」 등급의 신설과 등급외 전용관의 도입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상 문제 만큼 뜨거운 쟁점 사항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등급외」 등급의 신설에 대해 찬성쪽 분위기가 우세한 편이다.
「등급외」 등급의 신설이 결국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고 영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시행하는 상영등급분류제도를 놓고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으며 규제개혁위원회 역시 규제완화차원에서 완전등급분류제의 시행을 계속적으로 요청해왔기 때문에 등급외 등급을 허용해야 할 당위성은 매우 높다.
문화부는 「등급외」 등급의 구체적인 기준을 앞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담을 예정이다. 대체적으로 「성과 폭력 등의 묘사가 지나친」 영화로 일반 영화상영관에서 상영하기 힘든 영화를 등급외로 규정해 20세 이상의 성인들만 관람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물론 등급외 등급의 판정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맡는다.
등급외 영화만을 상영하는 「등급외 전용관」의 설치는 일반 영화관 보다는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상영관은 공연법에 의거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 등록하도록 돼 있으나 등급외 전용관은 시·도지사가 허가하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시·도지사는 지역 실정, 등급외 전용관 주변 여건, 등급외 전용관의 적정 숫자 등 기준에 따라 등급외 전용관의 설치를 허가하게 된다.
등급외 전용관의 운영방식 역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예정이다. 현재 문화부가 마련한 시안에 따르면 등급외 전용관은 일반 영화관과 마찬가지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동일하게 적용하며, 광고·선전물 등의 배포나 게시, 홍보활동은 일체 금지한다.
등급외 전용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 영상물은 영화에 한정하며 비디오 상영은 금지한다. 또 등급외 전용관에서 상영한 영화의 비디오 출시·판매 역시 금지할 예정이다.
등급외 문제는 시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상 문제를 놓고는 영화계가 벌집 쑤셔놓은 듯 어수선하기만하다. 특히 문화부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집행 등에 깊숙히 관여하는 방안에 대해 영화계의 반발이 거세다.
문화부는 예산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지원받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정부의 예산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영화인들은 영화진흥위원회가 과거의 영화진흥공사로 회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영화진흥법 개정을 둘러싼 영화계의 해묵은 갈등이 어떤 식으로 봉합될지 관심사다. 최악의 경우 영화계 신·구세력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양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충분히 내재하고 있는 것이 이번 영화진흥법 개정안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