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터넷PC가 공식 출시됨에 따라 국민의 정부 주요 국정지표 가운데 하나인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나라」를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일단 정부의 정책목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시장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가격문제를 정면으로 치고들어간 탓에 일부 대기업들의 반발과 철회 로비 등으로 한때 정책 자체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당초 약속대로 20일부터 「1인 1PC」시대를 열어갈 인터넷PC를 선보인 것이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컴퓨터구입적금 가입자가 벌써 10만명을 넘어섰고 대기수요자만도 연말까지 줄잡아 30만명으로 추산되는 인터넷PC는 정보시대 최대 사회문제로 떠오른 계층간·지역간 정보격차 해소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문에 100만원 미만의 가격(15인치 모니터, 부가세 포함)으로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PC를 구입하고 AS까지 받을 수 있는 인터넷PC는 균형있는 정보사회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은 엄청난 회오리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PC가격이 30% 이상 떨어지고 있다. 정부정책을 외면했던 대기업들조차 인터넷PC 출시에 때맞춰 130만원대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130만∼140만원대를 유지하던 행망용PC 납품가도 인터넷PC와 비슷한 수준인 90만원대로 하락했다.
가격이 요동치는 것은 시장의 가변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인터넷PC 사업자들간 가격경쟁이 시작되는 내달부터는 여타 PC제품 가격도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해 PC값이 도대체 어디까지 내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또다른 포인트는 소위 윈텔 진영의 지배력이 감소될 것인지의 문제다. 운용체계(OS)를 독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성이 인터넷PC 등장과 함께 종언을 고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정통부는 물론 인터넷PC사업자에까지 값도 비싸고 「고압적(?)」인 윈도를 채택하기보다는 개방형 리눅스를 탑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MS에 도전했전 제품들이 틈새시장을 겨냥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향후 3년간 총 수요 900만대(정통부 추산)짜리 프로젝트가 걸려 있어 윈도는 강력한 도전자를 만난 셈이다.
이와 함께 MS와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자사의 개인용 솔루션을 인터넷PC에 무료로 패키징화하거나 초저가 공급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PC시장 전체가 인터넷PC라는 독립변수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사태도 예상된다.
인터넷PC를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는 것은 시장에서의 현장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 속으로 나온 인터넷PC는 「발가벗겨진 채」 소비자들로부터 냉엄한 심판을 받게 된다.
과연 성능이 정부가 보증하는 만큼 뛰어날지, 고장이 날 경우 애프터서비스에는 애로사항이 없을지, 중소규모 사업자가 부도라도 날 경우 사후 처리는 어떻게 되는지 등 성적표의 나머지 반쪽은 아직 빈 칸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