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기 광개토코리아 사장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공사현장 사고 등)로 인해 대한민국은 사고공화국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갖게 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좋아하는 우리 정부는 수차례의 대형 사고 후에야 특별법 제정에 나서 최근 시설물 유지관리법을 새로 제정했다. 얼마전 터키·대만·멕시코 등지를 강타한 대형 지진참사에서 보듯이 건축물과 구조물에 대한 사전 안전진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시설물 유지관리업체는 전국적으로 약 900개, 구조안전진단업체로 등록된 수만도 약 200여개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정식으로 면허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관련법규에 규정돼 있는 필수 구비장비를 갖춰야 하며 대부분 수입장비가 시장을 독식해 왔다.
이런 수입 계측장비의 범람현상에 자극받은 국내 몇몇 업체와 연구소에서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계측장비의 생산을 위해 연구활동에 들어갔고 최근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이런 국내 업체 중에는 이미 제품을 외국에 수출해 계측장비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유럽 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안전진단이나 시설관리업체에서 용도에 맞지 않는 계측기 및 출처불명의 불량계측기, 미검정·미검인 계측기와 심지어 국내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계측기로 실사를 받아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안전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런 부적합 불량계측기가 판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대다수 무관심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계측장비가 얼마나 유용하고 대견한 제품인지 잠깐 설명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첨단계측기의 경우 시공과정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생콘크리트 염분측정기가 있는데 이 장비는 레미콘 타설시 모래염분으로 인한 철근 부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모래염분 제거여부를 검측해준다. 다른 계측장비도 콘크리트 양생 과정부터 거푸집 해체상태까지 미리 설정된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으로 강도와 밀도를 체크해 거푸집 해체시점을 정확히 측정한다든가, 터널 콘크리트 옹벽 강도, 콘크리트 내부의 공동 현상, 콘크리트 균열 깊이 측정을 통해 구조물의 안전진단에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교량의 경우에는 하중을 많이 받는 교량의 각 부분에 센서를 설치해 이상 발생시 컴퓨터에서 경고음을 내보내 담당자로 하여금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보된 계측기의 경우에는 교량 진입로 몇단계 전부터 아예 일정 중량 이상의 차량통제를 사인보드에서 실시하게 해 교통혼잡을 사전에 차단하고, 담당자나 통제본부 책임자의 휴대전화 또는 일반전화로 이상 발생을 원격 경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도로 굴착시 상수도관·가스관·전선관 등의 위치를 계측기가 사전에 정확히 파악,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장비도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계측장비가 사용되는 부분은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 이러한 계측장비들이 당국의 무관심과 수수방관자적인 입장, 법적·제도적 뒷받침의 미비로 검인과 검정도 안된 상태에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으니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관계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철저히 사전·사후관리에 임하고 이와 더불어 국내 계측기산업의 연구개발에 경제적·인적 지원과 관심을 보인다면 사고공화국이라는 국가적 오명을 벗을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