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IT업계, 서비스사업에 "무게"

 『사람들은 형광등의 불이 켜지느냐 안 켜지느냐에 관심이 있을 뿐 어떻게 불이 켜지느냐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IT 고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시스템을 구성하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신들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받기를 원합니다.』

 최근 컴퓨터업계에서 중요한 사업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서비스사업에 대한 김익교 한국IBM 글로벌서비스사업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동안 한국의 컴퓨터시장을 주도해온 한국IBM·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후지쯔·한국유니시스 등은 이제 컴퓨터업체라기 보다는 「솔루션 제공업체」나 「정보기술(IT)업체」라는 말로 표현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 IT업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드웨어를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료나 저가로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져 고객들이 원하면 경쟁사의 제품까지 사다가 설치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 한국IBM이 HP컴퓨터를 채택하거나 한국HP가 선의 시스템을 이용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IT업체들의 서비스사업을 전담하는 해당사업부에서는 자체 하드웨어시스템도 필수가 아닌 선택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IT업계에서 벌어지는 것은 서비스시장이 괄목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IT산업의 성장률은 연평균 9% 정도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의 성장률은 20%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세계 서비스시장의 매출 순위 20위까지 올라 있는 업체들의 총매출이 전체 서비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 수준이라는 것이 시장조사전문기관인 데이터퀘스트의 주장이다.

 이것은 그만큼 잠재시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사업전개방향에 따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들어 IT업체들이 서비스사업에 경영력을 집중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또 하드웨어기술의 발전으로 업체별로 성능과 기능을 차별화할 수 없는데다 업체들간 치열한 수주경쟁으로 이익창출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서비스사업을 활성화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IT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시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며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사업에 사업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서비스사업으로 조직의 주력을 전환하고 있다.

 국내 대형컴퓨터업체들 가운데 대표격인 한국IBM의 매출 중 하드웨어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98년 기준으로 30%에 머물고 있으며 한국HP나 한국후지쯔 등 나머지 업체들이 서비스사업 확대에 나선 것도 바로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각 기업의 임직원 중에 서비스사업부에 속한 인원이 절반을 넘고 있으며 신규채용인력도 대부분 서비스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T업체들이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업체에서 서비스 전문업체로 변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과거 브랜드에 얽매여 어느 한 시스템만을 고집했던 우리나라 고객들도 이제 자신이 원하는 솔루션만 제공된다면 어느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든지 상관하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도 IT업체들로 하여금 서비스업체로의 변신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IT시장은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이며 한편으로는 최적의 솔루션 확보를 위해 관련 업체간 제휴도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