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콤 99의 가장 큰 이슈가 IMT2000이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월드텔레콤 전시회가 21세기 신기술과 통신업계의 트렌드를 미리 알려주는 미래의 창인 만큼 세계적 정보통신사업자들과 장비사들은 모두 차세대이동통신인 IMT2000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텔레콤 99의 가장 큰 화제는 그동안 가상 개념 정도에 그쳤었던 IMT2000 서비스가 실제 구현됐다는 점.
국내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IMT2000 장비와 단말기를 모두 갖춰 시연회를 개최한 것을 비롯, 유수 장비사들이 IMT2000 관련 단말기와 장비를 다수 선보였다.
노키아와 에릭슨, 국내의 LG정보통신이 384Kbps의 고속 데이터전송을 구현하는 IMT2000 단말기를, 삼성전자와 파나소닉은 각각 144Kbps와 64Kbps 속도의 단말기를 출품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단말기들은 모크업이나 프로토타입에 그쳤던 기존과 달리 실제 구동되는 시제품이라는 것이 주된 특징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IMT2000이 우리 생활 속에 정착할 것을 선명하게 암시했다.
그러나 IMT2000의 구현에 필수적인 표준은 세계 사업자와 장비사간 일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 팽팽한 힘겨루기가 진행중임을 암시하듯 업체 대부분이 WCDMA와 CDMA2000 등을 차별적으로 부각시켰다. 한편 IMT2000과 함께 현재 통용중인 이동전화용 장비와 관련, CDMA측에서는 다수 단말기와 장비가 선보였지만 세계 정보통신시장의 또 다른 한축인 GSM진영에서는 별다른 제품이 출품되지 않았다.
「교환기업체는 앞으로 무얼 먹고 살까.」 텔레콤 99 전시회를 둘러본 국내 모 정보통신업체 고위관계자는 교환기의 퇴각과 라우터의 급부상을 지켜보며 21세기 인터넷시대의 본격 개막을 재차 확인했다.
그 이면에는 인터넷과 SOHO 비즈니스의 확산, 21세기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세계적 기술흐름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동통신업계에도 인터넷의 강세는 확연했다.
텔레콤 99 행사기간 전시장 곳곳에서는 무선인터넷 장비와 단말기, 솔루션들이 대거 선보였다.
무선인터넷 장비 중 가장 강세를 띤 것은 WML(Wireless Markup Language)언어를 적용한 왑(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의 정착이었다. 이동전화에서 직접 인터넷에 접속하는 무선인터넷 시장을 겨냥, 세계적으로 사업자와 장비사들의 표준경쟁이 한창이지만 이번 전시회만을 두고 본다면 일부 회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왑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업체들 중에서는 에릭슨과 노키아·모토롤러 등 세계적 단말기업체들 모두가 왑 브라우저를 채용한 단말기 「왑폰」을 대거 출품했다.
왑의 강세와 함께 텔레콤 99에 던져진 또 하나의 화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반격이었다.
전세계 컴퓨터 소프트웨어시장을 좌지우지해 왔지만 왑에 눌려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는 별 정체를 드러내지 못했던 빌 게이츠가 이번 전시기간에 드러낸 반격카드는 「스팅거」였다.
스팅거는 빌 게이츠의 키노트가 있던 12일 하루 프로토타입으로 잠시 공개됐지만 전시장을 찾은 엔지니어와 리셀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선인터넷에 대한 기술세미나가 진행됐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시부스에는 참관객이 대거 몰려들어 전시장 통로가 막힐 만큼 북새통을 이뤘다.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마지막에 웃을 승자가 누가 될지는 다음 세기에 확정되겠지만 인터넷의 승리와 무선인터넷의 확산은 막을 수 없는 21세기의 대세일 것이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