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넷 탄생 30년> 나라별 개발 현황

 「인터넷 때문에….」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세계 각국은 인터넷이라는 화두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은 서비스 공급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까지 혼동스럽게 한다. 과연 미래 인터넷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지구를 하나로 묶는다는 인터넷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어떤 기술이 미래를 지배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 각국은 차세대 인터넷의 지구촌본부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통신망 구축은 곧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1세기에 국가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더 빠르고 더 촘촘한 초고속 정보통신 그물망을 짜야 한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초가 되면 인터넷 트래픽이 전체 통신망 트래픽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인터넷으로는 폭발적인 데이터 트래픽의 증가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 TCP/IP네트워크는 너무 느린데다 보안성이 없고 동영상 정보를 실어나르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속도의 전쟁」에서 현재의 네트워크는 「박물관의 유물」로 전락할 상황이 도래하게 됐다.

 따라서 차세대 인터넷의 승부수는 먼저 속도에서의 고품질 서비스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인터넷 수요의 증가에 따른 망 혼잡, 서비스 지연, 주소 고갈, 높은 과금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멀티미디어와 이동서비스를 주소 부족 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고속, 고성능의 서비스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만족을 위해 대두되는 것이 차세대 인터넷이다. 세계 각국은 정보화에 기반을 둔 새로운 밀레니엄에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가 통신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차세대 인터넷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의 선두주자는 역시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지난 96년 10월부터 연방정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해 차세대 인터넷 구축을 목적으로 넥스트 제너레이션 인터넷(NGI)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인터넷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프로토콜 표준을 개발, 신뢰성·경제성·보안성을 지니며 현재보다 100∼1000배의 전달속도를 갖는 데이터 전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NGI는 고성능망의 구성과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 혁신적인 응용에 대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내 130여개 대학이 연합, 주체가 돼 교육과 연구를 위한 네트워크와 고도의 응용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산업계, 정부기관과 협력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2는 NGI와 성격이 비슷해 전세계적인 상업 인터넷으로의 이전 준비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차세대인터넷개발협회(UCAID)가 주도하는 인터넷2는 NGI보다 더 빠른 꿈의 네트워크로 초당 2.4GB로 일반 다이얼업 모뎀과 비교하면 무려 8만500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실어나르게 된다. 병목현상이 없고 지상파TV 수준의 자연스러운 비디오 스트리밍과 생생한 3D 음질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미래형 네트워크다. 인터넷2를 이용하면 디지털 도서관, 원격지 수술, 무인제조와 영상회의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하다.

 인터넷2는 물리적 기반으로 초고속 백본 네트워크 서비스(vBNS)를 사용한다. vBNS를 초고속 기간망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용되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접속구조로는 이외에 기가팝이 쓰인다. 인터넷2 백본에는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의 광섬유 네트워크가 깔렸고, 시스코시스템스와 노텔 네트웍스의 새로운 고속 네트워킹 기술이 제공됐다. 또 3Com, MCI커뮤니케이션스 등 굵직굵직한 정보통신업체들이 물주로 나섰다. 인터넷2와 오는 2002년 완성될 NGI는 통합될 예정이다.

 캐나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이전인 80년대 말부터 CANARIE(CAnadian Network for the Advancement of Research, Industry and Education : 연구·산업·교육 발전을 위한 캐나다 네트워크)라는 비영리 컨소시엄을 구성, 학술과 연구 목적의 「CA*net」을 구축했다. 이 국가망은 지난 97년초 인터넷 서비스를 수용해 「CA*net2」로 발전했고 지금은 「CA*net3」로 진화하고 있다. 「CA*net3」는 인터넷에 광대역 네트워크 기술을 결합한 「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말 미국의 UCAID와 CANARIE가 맺은 계약에 따라 CA*net3는 인터넷2 망과 연동될 계획이다.

유럽은 정보선진국 미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연구소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유럽 전역을 연결하는 고속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TEN­34 및 TEN­155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34Mbps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고속 인터넷 TEN­34는 영상회의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방송에도 이용될 계획이다.

 TEN­34는 장기적으로 155Mbps까지 속도가 향상되는 TEN­155 네트워크로 대체된다. TEN­155는 IP와 ATM기술의 장점을 조합해 구축되고 있으며 고도의 서비스 품질을 요구하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차세대 네트워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우정성은 일본전신전화(NTT), 마쓰시타전기산업, 게이오대학과 함께 내년부터 21세기형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2001년 말까지는 동영상을 원활히 송신할 수 있고 복잡한 PC 조작이 불필요한 차세대 인터넷이 실용화된다.

 일본이 차세대 네트워크 조기 실용화 방침을 세운 것은 미국에 뒤져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초고속 네트워크는 물론 개인 이용자의 네트워크 환경을 정보송신업체에서 확인,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자동 전송하는 기술 등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일본도 이에 대응해 지난 95년부터 오는 2010년까지 15년 계획으로 정부를 중심으로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시아 퍼시픽 인포메이션 인프라스트럭처(APII) 백본망을 통한 아시아지역 국가간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선도시험망(KOREN) 서울, 대전지역 접속점에 2개의 기가팝을 구축하고, 정보유통망으로 M본, 6본, Q본과 같은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망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시아 퍼시픽 어드밴스트 네트워크(APAN)­KR 역시 국내 인프라인 선도망을 이용해 디지털 비디오, 멀티캐스트, IPv6와 같은 고성능 응용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은 궁극적으로 이동형 멀티미디어 서비스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서비스 지연과 데이터 손실면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품질 제어기술이 필요하고 멀티캐스트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또 컴퓨터 이외의 이동전화, 가전제품, 자동차 등 새로운 단말의 증가에 따른 인터넷 주소 고갈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 문제는 32비트 주소길이를 사용하는 기존 IPv4 주소를 다시 효율적으로 제고하거나 CIDR(Classless Interdomain Routing), NAT(Network Address Translation), DHCP(Dynamic Host Configuration Protocol) 등의 사용을 통해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는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128비트 주소길이를 사용하는 IPv6를 적용해야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들은 대부분 라우터장치에 내장된다. 따라서 단편적인 기술 외에도 차세대 인터넷을 위한 라우터 구조와 새로운 데이터 전송과 라우팅 패러다임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멀티 프로토콜 라벨 스위칭(MPLS), 인터넷 초고속 라우터 등 차세대 인터넷을 구성하는 핵심장비들의 연구개발이 병행 추진돼야 한다. 차세대 인터넷 구축을 위해 인프라와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할 수는 없지만 핵심기술에 대한 현황파악과 대책안을 가지고 기술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차세대 인터넷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통신망 인프라, 새로운 기술과 함께 이를 활용하는 다양한 응용서비스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차세대 인터넷상에서의 응용서비스로 EC를 포함해 가상현실, 원격교육, 원격진료 등의 서비스가 예상되는데 이러한 응용들은 다자간의 대화형 공동작업, 고화질의 멀티미디어 정보처리, 대용량의 대역폭과 서비스 품질보장, 실시간 멀티미디어 데이터 전송, 초고속의 통신서비스를 요구한다.

 이러한 기술을 충분히 이용하고 우리의 실생활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래의 색다른 많은 응용서비스들을 도출해 개발하는 것이 차세대 인터넷이 안고 있는 현재의 중요한 숙제며 향후 성공여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차세대 인터넷 응용개발과 함께 법·제도·정책의 체계적인 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술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할지라도 법과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사용자들에게 외면당한다면 차세대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EC와 관련한 전자적인 영수증이나 전자서명 등에 대한 법과 제도적인 인증문제가 있다.

 인터넷으로 모든 과금이 이루어지는 상점을 통해 대금을 지불하고 물품을 받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는 국내 전자서명법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청회 등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보안문제 역시 중요하다. EC서비스를 통해 개개인의 구매성향, 거래·구매 명세, 구매자 신분정보가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 암호화를 보장해야 하며 이와 함께 법, 제도적으로 개인정보유출 방지법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과금제도도 중요한 문제다.

 EC의 활성화에 따라 각국의 신용카드업계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과금제도에 큰 관심을 갖게 되는데 올바른 과금체계가 정립돼야만 상거래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각 국내에서의 과금체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간에 발생하는 관세, 부가세 등의 적용여부에 따라 서비스 활성화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 용어해설-APAN

 미국의 NGI, 인터넷2 등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발맞춰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97년 7월 설립된 단체.

 APAN 한국협의회는 미국·일본 등 외국과 국내 주요기관간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하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각종 응용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APAN한국협의회는 또 국내 인프라인 선도시험망(KOREN)을 이용해 디지털비디오, 멀티캐스트, IPv6와 같은 고성능 응용기술을 시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