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전자, CSP기판시장 "대회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기판으로 부각되고 있는 CSP(Chip Scale Package)기판을 놓고 삼성전기와 LG전자의 맞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 초 삼성전기가 세계 CSP기판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테세라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마이크로BGA(Ball Grid Array)기판을 비롯한 CSP기판을 공동 개발키로 한 데 이어 LG전자도 최근 테세라와 비슷한 형식으로 CSP기판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세계 인쇄회로기판(PCB)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CSP기판을 놓고 삼성전기와 LG전자간의 맞대결은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전기와 LG전자가 테세라사와 비슷한 형식의 제휴를 맺고 동일한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까닭은 테세라가 차세대 CSP기판 중에 하나인 마이크로BGA기판에 대한 특허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크로BGA기판은 이동전화기 S램용 서브기판으로 일부 적용되고 있으나 앞으로 램버스D램,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거의 모든 반도체에 적용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차세대 PCB다.

 세계 CSP기판시장은 올해 15억달러에 달하고 오는 2002년경에는 7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대규모 CSP기판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돼온 램버스D램의 생산이 인텔의 칩오류로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는 바람에 올해 시장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PCB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램버스D램이 본격 출하되면 CSP기판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삼성전기와 LG전자는 이 부분에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적극 나선 것이다.

 특히 현재 실제 적용되는 있는 단면 CSP기판은 조만간 양면 CSP에 주력 기종의 위치를 내줄 것으로 보여 삼성전기와 LG전자는 테세라를 활용, 세계 양면 CSP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복안을 세운 것이다.

 두 회사가 테세라와 맺은 전략적 제휴에 차이가 있다면 삼성전기는 상호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한 느슨한 관계라면 LG전자는 자금과 인력을 테세라에 제공하는 보다 끈끈한 관계라 볼 수 있다.

 이는 마이크로BGA로 기세를 한껏 올렸던 테세라가 예상외의 마이크로BGA기판 수요 부진으로 경영난에 처하게 되자 LG전자에 구원요청을 해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테세라는 그동안 신주단지처럼 껴안고 있던 마이크로BGA기술을 LG전자에 넘겨주는 대신 자사 실험실 운영비와 일부 회사 운영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테세라와 국내 양대 PCB업체간의 제휴 형태에 차이가 있더라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기판인 CSP기판 분야에서 국내 PCB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연이은 전략적 제휴는 국내 PCB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기와 LG전자는 올 연말경 대규모 투자를 수반한 CSP기판의 양산설비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세계 양면 CSP기판시장은 국내 업체간의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통해 형성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