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론에 유럽에서 컴퓨터 잡는 「전자폭탄」 개발에 성공, 수년 이내에 실제 사용이 가능하다는 보도를 접하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전자폭탄이란 특정지역에 투하하면 그 지역 일정 반경 이내에 있는 컴퓨터(CPU)를 못쓰게 만드는 위력을 갖는 것으로 미래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개념에 놀란 것이다.
전자폭탄은 기존 무기가 사람을 직접 살상하거나, 시설 등을 폭발 또는 파괴하는 전통적인 무기 개념에서 보면 분명 무기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 기간통신망에서부터 시작하여 모든 금융거래, 산업현장, 가정뿐 아니라 개인생활에 사용하는 기기까지도 컴퓨터 기능을 갖는 CPU장치가 내장되지 않은 것이 없는 현실이고, 이들 기기가 더욱 발전될 미래의 산업·사회환경에서는 전자폭탄이 엄청난 위력을 갖는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병원 내에서는 휴대폰이나 무전기의 사용을 금해 주십시오」라는 문구와 「비행기의 이착륙시에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사용을 금해 달라」는 요청은 쉽게 접할 수 있다. 또 발전소나 교환실 등의 산업설비에서 무전기나 휴대폰 등의 사용을 금하는 것도 비록 상대적으로 약한 레벨의 전파 방사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자폭탄의 개념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반도체 및 디지털 기술발전에 따라 우리는 엄청난 변화의 세계를 접하고 있다. 이는 단시간에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칩의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클록 속도를 이용해야 되며 높은 클록 주파수는 주위에 많은 전자파 간섭 및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선진 각국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이러한 전자파 간섭 및 오작동을 억제하기 위해 일정 이상의 클록 속도를 이용하는 기기로부터 전자파가 방출되어 타 기기에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를 전파환경 보호와 전파자원 관리 측면에서 「전자파방지기준(EMI)」을 정해 엄격하게 규제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약 5년 전부터는 CPU장치를 이용한 자동화 및 컴퓨터기기의 증가와 이로 인한 산업현장에서의 오작동 증가에 따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자파로부터 해당기기가 일정 이상의 내성을 가져야 한다는 「전자파보호기준(EMS)」을 정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전자파로 인한 오작동과 이로 인한 엄청난 재해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통신부가 컴퓨터 및 주변기기, 유선통신단말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전자파방지기준을 제정하여 이 기준에 만족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EMI표장을 부착토록 하는 전자파적합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파로 인한 오작동과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수준에 맞는 전자파보호(EMS)기준을 97년 6월에 제정·공포, 3년간의 유예기간을 설정해 업체에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2000년 1월 초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산업환경의 발전추세로 볼 때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의 제정과 제도 시행만으로는 미래에 예견될 수 있는 산업현장에서 전자파로부터의 재앙을 예방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정부와 관련단체들의 홍보, 산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전자파로부터의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전환과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만이 「전자파 테러」에 대비하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