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시장은 인터넷PC의 등장으로 일대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LGIBM 등 대기업 PC제조업체의 시장주도권이 다소 약화되는 반면 인터넷PC사업에 참여한 중견 PC업체의 시장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상가업체를 포함해 영세 조립PC업계의 기반은 상당히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기업 PC업체의 경우 그동안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면서 국내 PC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저가로 전국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고 AS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는 인터넷PC를 판매하는 업체들에 의해 시장기반이 잠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지난 8월 정부의 인터넷PC사업 발표 이후 소비자들의 PC 구매가 이달 20일 인터넷PC 공급시기 이후로 늦춰지면서 지난달 국내 PC시장 규모는 지난달에 비해 무려 20% 이상 크게 줄어들었다.
인터넷PC의 등장에 따라 대기업 PC제조업체의 PC 공급 대수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같은 시장규모 축소분은 인터넷PC를 구매하려는 대기수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터넷PC 구매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PC는 판매돌입 3일만에 1만3000명이 구입계약을 체결했으며, 현대멀티캡·세진컴퓨터랜드 등 이름 있는 일부 업체들은 하루에 100대 정도에 이르는 주문이 들어오는 등 그 인기는 대단하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컴퓨터구입적금 가입자도 이미 10만명을 넘어설 정도다.
PC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중견 PC제조업체는 지난 95년까지만 해도 전체 시장에서 30% 정도(대기업60%, 조립상가 1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들어 15% 수준까지 크게 떨어졌다』며 『이번 인터넷PC의 등장으로 중견업체들의 입지가 다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IBM·대우통신 등 국내 주요 PC업체들이 100만원 이하의 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등 인터넷PC사업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기 때문에 중견업체의 기반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기업이 시장주도권을 기반으로 인터넷PC업체 고사작전을 벌일 경우 시장판도는 또 다른 방향으로 틀어질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인터넷PC에 참여하지 못한 영세 조립PC업체나 상가업체들의 경우 그 입지가 더욱 약화돼 망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히 많다.
예전같으면 낮은 인지도와 AS 처리 미비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면서 나름대로 시장기반을 유지했던 이들 영세 조립PC업체들은 인터넷PC의 등장으로 가격경쟁력이라는 보도마저 잃어버릴 상황이기 때문이다.
PC업계에 이어 주변기기업계도 인터넷PC의 등장으로 술렁이고 있다. 주변기기업계는 인터넷PC 특수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린터·모니터·저장매체·카드류 업체들은 각각 인터넷PC의 등장으로 4·4분기 주변기기시장 규모가 당초 예상에 비해 1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롯데캐논·한솔전자 등 상당수 주변기기업체들이 최근 인터넷PC를 겨냥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영업력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