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영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회장(62)은 요즘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기업경영(오브컴)과 대학강단에 서는 일 외에도 천직이랄 수 있는 「우주화 전도사」의 역할에 여념이 없기 때문. 최근 연구회 차원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민간차원의 글로벌 위성통신 프로젝트는 그를 더욱 바쁘게 하는 일 가운데 하나.
글로벌위성 프로젝트란 기존 정부주도의 「KoreaSAT」에 대응해 오는 2000년 초 국제적 데이터서비스가 가능한 위성을 민간주도로 제작해서 쏘아올리는 계획. 서비스 대상지역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권역이다. 그는 최근 국제기구에서 주파수를 허가 받는 일과 함께 필요한 자본 가운데 50%를 외자로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가 반 평생을 위성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터득해온 지식과 경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지난 69년 금산 위성지구국 창설요원으로 참여한 그는 지금도 70년 6월 2일의 일을 잊지 못한다. 이 날은 바로 최장의 국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보다 한 달 앞서 금산 위성통신지구국이 세워지면서 우주고속도로가 개통된 날.
『경부고속도로가 국내 육상교통의 중추였다면, 금산 위성통신지구국의 창설은 「구만리 우주 고속도로」시대를 여는 첫 단추였지요.』
금산 위성지구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인정받아 그는 이후 무궁화호 초대 위성기술국장, 아·태위성통신협의회(APSCC) 사무총장,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회장 등의 위성관련 중책을 두루 맡았다. 매사 정력적이었던 그의 활동은 국내 위성통신기술을 앞당기고 위성통신산업 활성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요즘 그는 글로벌프로젝트 외에 위성이 환경친화적이며 개인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위성통신에 대한 국가의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주장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양대 겸직교수이기도 한 그는 강의때마다 학생들에게 자신을 「아날로그맨」으로 소개한다.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이 발표됐던 1946년 이전에 태어났다는 의미, 즉 BC(Before Computer)세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그를 구세대로 취급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 그의 전공은 컴퓨터 통신의 다음단계라 할 수 있는 위성통신이라는 자부심에서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