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 및 합병(M&A)과 경영회계 전문가들은 요즘 되도록 「외자유치」라는 말을 삼간다. 이 말에 배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외자유치는 외국자본의 투자를 받는 사실을 가리키는 말로 그 자체로 나쁜 뜻은 없다. 그런데 외국자본을 백안시했던 그동안의 풍토에서 외자유치를 곧 「외채」 「국부 유출」로 연결하려는 시각이 아직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외자유치」 대신 뭔가 긍정적인 의미의 용어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금융재구축」이다. 「외국으로부터」라는 접두어를 쏙 뺀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무분별한 차입경영으로 높은 부채비율을 유지했다. 부채비율이 수천%에 달하는 대기업도 많았다.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IMF 이후 금융기관과 정부로부터 빚 회수 압력이 빗발쳤으며 직접금융이든 간접금융이든 자금의 추가조달이 힘들어졌다. 이자부담 등 높은 금융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순이익을 내는 것조차 버겁게 됐다.
금융비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금융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방법은 하나. 외부자본에 기업의 지분이나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위기로 모두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내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힘들었다.
기업들은 외국자본에 눈을 돌렸으며 그 결과는 활발한 외자유치로 나타났다.
「금융재구축」은 내자든 외자든 자본을 유치해 재무구조를 튼튼하게 만들자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내자보다는 외자에 치우친 반쪽의 「금융재구축」이다.
올들어 증시 활황으로 국내 자본이 되살아나고 있으나 외국자본의 유입속도를 더디게 만들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외국자본의 유입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인 것이다.
외자유치의 성패는 투자금액도 계약조건도 아니라 해당 기업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느냐에 달렸다. 이는 컨설턴트들이 「외자유치」 대신 「금융재구축」이라는 말을 즐겨쓰기 시작한 진짜 이유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