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1%.」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IT업체들의 한국지사들에 1%가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크다. 여기서 1%는 전 세계 각지에 지사를 두고 있는 본사 전체 매출에서 한국 지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즉 본사의 전체 매출 중 한국지사에서 1%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한국지사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일종의 보증서가 된다.
따라서 한국지사장들에게 본사 매출의 1% 달성이 갖는 의미는 지사 자체의 연속성과 함께 본사에 발언권을 일정 부분 행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보장해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1%를 확보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한 외국업체 지사장은 『한국지사 매출규모가 본사 전체 매출의 1%를 넘어설 경우 한국지사에 독자적인 정책을 전개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은 경영권을 보장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1%를 달성하는 데 우선적으로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1%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 IT업계의 기준처럼 인식되는 것은 한국의 국민총생산이나 인구 등 모든 경제지표가 세계 전체와 비교할 경우 평균 1% 정도로 이 기준에 맞추어 본다면 IT시장 또한 적어도 1%를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더욱이 한국의 경우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전산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산투자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고 따라서 외국 IT업체들은 한국시장에서 1%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실제 국내에 진출해 있는 대부분의 외국 IT업체들의 한국지사 매출을 살펴보면 1%를 기준으로 그 입지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1%를 상회하는 경우 일단 국내시장에서도 영업을 잘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은 물론 본사에서도 이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 또한 일정 부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1%를 밑도는 지사들은 본사에서 질책을 받게 되고 운영까지 간섭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본사 매출 대비 1%를 웃도는 기업을 살펴보면 한국HP,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HP는 지난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 세계 HP 매출의 1.49%에 해당되는 실적을 올렸으며 한국IBM은 IMF 이전인 97년에는 1.3%(LGIBM 매출 포함)까지 늘어났으나 98년에는 1.0%를 차지했다.
또 한국썬은 97년 1%에서 지난해에는 1.1%로 썬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으며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1%에서 올해에는 1.2%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올해 한국 시장에서의 영업이 크게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업체와는 달리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컴퓨터어소시에이츠를 비롯, 일본업체로는 유일하게 한국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후지쯔 등도 한국시장에서의 매출이 본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밑도는 실정이다.
또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되지 않는 대부분의 외국 IT업체들의 지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잠재시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1%를 달성하기 위한 이들 업체의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세계 IT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업체들에 한국시장이 갖는 의미가 커질수록 본사 매출의 1% 달성은 한국지사에 더욱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