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79)

 『형, 벤처기업이라는 것은 시행착오도 저질러야 더 크게 성공한다잖아.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업체도 제품들의 빈번한 수리에 전량 교체라는 최악의 사태를 당했다고 해. 일본의 다이묘 주물 공장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보면 소프트웨어 자체에는 결함이 없어. 다만 그것을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정밀도가 약하거나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거야. 문제는 불량품을 납품했다는 데 있어.』

 『그러니 내가 사표를 쓰겠어.』

 결국 그를 위로한다는 말이 책임을 추궁하는 말이 됐다.

 『나하고 얼마나 일했다고 벌써 그만 둘 생각을 해요?』

 『내가 너하고는 운대가 맞지 않는 모양이야. 사람은 운이 맞는 사람끼리 일을 해야 된다고 하잖아.』

 『나는 운이 좋아. 형도 알지만, 내 어머니가 보증하고 있어. 내 운세가 좋으면 다른 운세를 가진 사람이 와도 모두 좋아지는 거야. 나는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좋다고 하는데야 싫지 않더군. 형은 내 운이 얼마나 좋은지 모를 거야. 어머니가 자주 입에 올리시는 그 사주 운을 나도 외우고 있지. 한번 들어보겠어? 명입재고 대부지인 고산식수 적소성대 어변성룡 조화무궁 신피금의 동자시립이라고 했지. 명에 재고가 들어 있으니 큰 부자가 될 운세고, 높은 산에 나무를 심으니 적은 것을 쌓아 크게 이루며, 고기가 변해 용이 되니 조화가 무궁하고, 몸에 비단옷을 입으니 동자가 시중들고 섰다고 했지. 이만하면 대운이 아니야? 하하하.』

 나는 웃었지만, 배용정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운세를 나는 일이 어려울 때마다 회상하곤 했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은 아니지만, 침체되는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위안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 운세의 구절을 읊으면서 스스로에게 용기를 내라, 희망을 가지라고 다짐을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제품의 유일한 거래처인 고려방적으로 내려가면서 나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배용정을 위로한다는 식으로 반추한 그 운세 구절은 나 스스로를 격려하는 화두와 같은 것이었다.

 차는 고속도로를 달려서 저녁무렵에 대구로 진입했다. 넓게 펼쳐진 오른쪽으로 공단이 보였고, 그곳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해는 굴뚝이며 공장 건물의 지붕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서쪽 하늘이 온통 자줏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