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반도체가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반도체용 무연(無鉛) 솔더볼은 환경친화성(ECO) 물질로, 반도체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난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국내 처음으로 무연 솔더볼을 개발한 울산대학교 재료금속공학부 신소재연구실 정은 교수는 「모든 반도체 라인에서 납을 추방하자」는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계 유명 업체들이 반도체의 무공해화에 기울이는 노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인텔, 일본의 NEC·히타치 등은 무연화를 서둘러 2∼3년 이내에 납사용을 지난 97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거나 완전 폐지할 계획이다.
특히 소니 등 전자업체들은 내년부터 무연 반도체를 채택한 「환경친화적」 제품들을 출시할 움직임이다. 정 교수는 『환경적인 요소가 마케팅에 활용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기존의 납·주석 합금 솔더볼을 대체할 수 있는 주석·은·구리 및 주석·은·동·비스무트 합금 솔더볼. 납을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한 게 장점이다. 정 교수는 『외국기업들이 100% 독점하고 있는 무연 솔더볼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자신했다.
정 교수는 이 제품을 국내 기업들이 싼 값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연간 400억∼500억원 가량 수입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대만·중국 등 해외에도 수출, 국내 재료기술의 선진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미 국내의 한 업체와 무연 솔더볼 상품화 작업에 돌입한 정 교수는 『반도체 라인에서 납을 완전하게 추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메이커뿐 아니라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도 같이 움직여야 한다』며 『양측이 긴밀하게 협력, 반도체나 PCB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조금이나마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 내년까지 1년 동안의 「꿈같은」 안식년을 무연 솔더볼 개발에 내던지기로 한 정 교수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