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 원재료에서 완제품까지 토털 공급체계를 구축, 세계 PCB시장을 주도하려는 LG그룹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거의 완성됐다.
LG산전이 최근 정읍 동박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LG화학이 PCB원판을 가공, 반제품 형태의 PCB인 매스램사업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LG그룹은 LG산전(동박)·LG화학(원판)·LG전자(PCB)로 이어지는 PCB 토털 공급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한 것이다.
이처럼 PCB 원재료에서 완제품까지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룩한 것은 LG그룹이 국내 처음이다.
LG전자가 진공관 라디오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핵심 전자부품인 PCB의 토털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 아래 추진돼온 LG그룹의 전략은 거의 40년 만에 완성된 셈이다.
PCB 관련, LG그룹의 3각 편대를 보면 우선 LG산전은 연산 1300여톤의 가전용 PCB 동박(ACF)과 연산 2400여톤의 산업용 PCB 동박 등 총 3700여톤의 동박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LG산전의 이같은 동박 생산능력은 국내 연간 수요 1만2000여톤의 3분의 1 정도에 달하며 특히 ACF의 경우 국내 연간 총 수요 5000여톤의 절반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LG금속에서 동박을 공급받아 PCB소재인 원판을 생산하고 있는 LG화학(아직까지 LG금속의 비중은 매우 낮은 실정)은 현재 연산 230만㎡ 정도의 원판 공급능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 정도의 원판 생산능력은 국내 연간 산업용 원판 수요 700만㎡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
LG화학은 원판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 위해 정보통신기기·디지털 가전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다층인쇄회로기판(MLB)용 반제품인 매스램사업에 나서기로 하고 최근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LG화학에 정통한 PCB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LG화학은 원판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초기 시장진입 장벽이 낮은 매스램사업에 진출한다는 전략 아래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놓고 있다는 것.
LG화학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매스램 생산능력을 최소 월 3만㎡에서 최대 월 5만㎡ 정도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국내 연간 매스램 수요의 4분의 1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산전과 LG화학이라는 양날개를 우군으로 얻은 LG전자는 PCB를 주력사업으로 키워 세계 PCB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LG전자는 가전용 및 반도체 패키지기판 중심으로 구축된 오산 PCB공장만으로는 세계 일류업체로 거듭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청주에 대단위 규모의 제2 PCB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단일 PCB공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설비 투자비가 투입될 청주 PCB공장은 이동전화기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기에 장착되는 빌드업기판을 월 4만㎡ 정도씩 생산하게 된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내년에 400억원을 투입해 오산 PCB공장의 생산설비를 전면 재구축하는 생산라인 현대화를 추진해 세계 최고 수준의 PCB 생산능력을 지닌 업체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LG그룹은 PCB용 동박에서 최첨단 완제품 PCB에 이르는 토털 공급시스템을 갖추고 「디지털」로 지칭되고 있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